재판부 "너무나도 당연한 유죄"
차명해준 대기업 간부 허모씨 증언이 결정적 유죄요인
뇌물수수 및 알선수재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던 이주성 전 국세청장이 항소심에서도 유죄가 선고돼 실형을 면치 못했다. 다만 1심의 징역 3년보다는 적은 2년6월이 선고됐다.
16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재판장 조병현)는 이 전 청장과 건설업자 기세도씨에 대한 항소심 공판에서 "비록 대출에 의해 아파트를 구입해서 주고 나중에 대출금을 갚았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알선수재와는 다른 형식을 취했지만 알선수재부분은 당연히 유죄"라며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주성과 오랜 친분을 가진 기세도가 프라임그룹 백종헌 회장과 함께 여러번 만나는 과정에서 (대우건설 인수에 대한) 청탁이 이뤄졌고, 이주성은 묵시적으로 청탁을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며 "백종헌 회장이 (대출형식을 통해) 청탁이 성공하면 대출금을 주고, 아니면 회수하는 형태를 취했지만 이주성이 아파트를 미리 받은 것만으로도 알선수재는 여지 없이 유죄"라고 강조했다.
또한 재판부는 "지금은 비록 공직에서 물러났지만 국세청장이라는 최고위직 공무원으로 실제 아파트를 받은 것은 당연히 실형을 선고할 수 밖에 없다"며 "궁극적으로 대가(대우건설 인수 도움)를 수행하지는 못했지만 전체를 보면 도저히 변명의 여지가 없다. 너무나도 당연히 유죄"라고 재차 강조했다.
재판부의 유죄판단에는 이 전 청장이 서울 청담동 삼익아파트를 차명으로 수수할 수 있도록 명의를 빌려둔 대기업 간부 허某씨의 법정 진술이 결정적인 근거가 됐다.
1심 재판 도중 증인으로 나선 허씨는 당시 법정에서 "이주성 청장과 백종헌 회장, 기세도 사장과 넷이 골프를 두 번 치러 갔었다"며 "이 청장이 내 앞으로 조그마한 부동산을 해 놓겠다면서 인감도장하고 주민등록증을 달라고 했었다"고 차명 경위 등을 아주 상세히 진술했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기세도나 백종헌의 경우 자신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거짓진술을 할 수도 있지만 대기업 간부 허씨의 경우 이주성과의 개인적인 친분이 있고, 거짓을 말할 가능성이 없다"며 "이주성이 청담동 아파트를 받은 것이 백종헌의 청탁에 의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한편, 이 전 청장에 대해 2년6월의 실형선고와 함께 1심에서와 같이 명절선물대금 대납부분과 고급가구 수수부분도 인정해 960만원의 추징금과 가구 몰수 조치도 병행해 선고했다.
또한 아파트 수수에서 중간 역할을 한 기세도씨에 대해서는 1심의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보다 낮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1심에서 무죄가 인정된 이 전 청장이 기세도 사장이 운영하는 건설업체에 13억원의 공사비를 알선수재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항소심 재판부도 "원심의 판단이 맞다"며 검찰측의 항소를 기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