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한해도 벌써 두달여 남짓 밖에 남지 않았다.
항상 그래왔듯이 연말이 되면 송년회 등 각종 모임으로 인하여 술 소비가 늘어나게 되고 그중 위스키 판매량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간혹 매스컴에 터져 나오는 가짜양주 관련 보도로 인해, 양주를 마시고 머리가 아프면 곧바로 혹시, 어젯밤 마신 술이 가짜? 라는 의구심을 갖기도 한다.
가짜양주는 밀조주로서 주세 등 세금의 탈루뿐만 아니라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하는 사회악이며, 주류 유통과정에서의 무자료거래는 유흥업소 등의 탈세로 이어져 지하경제를 형성하는 주요 요인이기도 하다.
국세청에서는 그동안 가짜양주와 주류 무자료거래 등 부정주류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 지속적인 행정지도와 단속을 실시하고 제도를 보완해 왔다.
또한 가짜양주로 인해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는 위스키업계에서도 최고 2000만원의 신고포상금을 지급하고 회사마다 다양한 위조방지장치를 고안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당국과 관련업계의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짜양주와의 지난한 숨바꼭질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며, 일부 주류유통업체와 연계된 무자료거래 등 주류 불법유통도 독버섯처럼 잔존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국세청에서는 이러한 주류 불법거래를 뿌리 뽑기 위해 지난해부터 우리나라의 첨단 IT기술을 주류 유통관리에 접목한 주류유통정보시스템 을 구축하고, 작년 1차 시범사업에 이어 금년 10월 1일부터 강남구 소재 유흥업소를 대상으로 2차 시범사업에 돌입했다.
주류유통정보시스템 이란 주류 병마개에 고유 인식번호가 부여된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무선주파수인식기술) 칩을 부착하여 거래단계마다 휴대용 단말기를 통해 모든 유통정보를 국세청 전산망에 자동 기록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위스키 제조공장에서 도·소매업체를 거쳐 최종 소비단계까지 전달되는 유통과정을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주류의 브랜드 용량 수량별 실물흐름, 대금결제 및 주류판매계산서 수수내역 등 모든 과정이 실시간으로 추적이 가능하여 불법거래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또, 소비자가 각 업소마다 비치된 동글(Dongle)을 휴대전화에 연결한 뒤 병마개에 갖다 대면 휴대전화가 위스키의 유통이력을 읽어냄으로써 즉석에서 위스키의 진품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 가짜양주가 근원적으로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세청에서 주류유통정보시스템 구축에 관한 내용을 발표하자 언론기관과 국민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만큼 가짜양주에 대한 우리 사회일반의 관심과 우려가 크다는 반증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이 시스템의 실시지역과 유통물량을 연차적으로 확대하면서 시행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을 완벽하게 보완하여 2012년에는 전국에 걸쳐 전면 시행할 계획이다.
다만 이 시스템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주류 제조, 도매 및 유흥업소 등 주류업계의 적극적인 동참 없이는 불가능하다.
외형노출을 우려한 일부 유흥주점 및 주류 유통업체에서 이를 회피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도 있으나 이러한 업체에 대해서는 특별한 관리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특히, 제품의 진위 여부를 직접 확인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이 제도가 뿌리내리기 어렵다.
역사가 기록되기 이전부터 인간과 함께한 술과 최첨단 IT기술의 접목. 거기에 화룡점정(畵龍點睛)의 마지막 한 점을 찍는 사람은 바로 소비자 라는 생각이다.
'내가 직접 확인하겠다' 는 소비자의 당당한 요구만이 탈세와 부당이득을 기대하는 불량업소를 퇴출시키고 가짜양주를 뿌리 뽑을 수 있는 특효약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RFID를 활용한 주류유통정보시스템이 완전히 정착됨으로써 주류거래의 투명성 확보와 유흥업소 등의 과세표준 양성화로 공평과세가 구현되고,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가짜양주가 완전히 사라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현동 국세청 차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