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간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됐던 국정감사가 이전의 국감과는 달리 굵직한 이슈 없이 지난 24일 막을 내렸다. 그럼에도 각 부처의 잘못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의원들의 이름은 올해에도 여전히 거론된다.
특히 여당 의원들 중 정부 정책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정부를 곤혹케 만든 장본인들도 있어 눈길을 끈다. 충실한 사전조사와 거침없는 추궁으로 기획재정위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든 김성식, 진수희 의원이 바로 그들이다.
□ 김성식 "국세청 근로장려금 환수 너무해"‥조특법 개정 추진
‘미스터 쓴 소리’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은 올 재정부 국감에서 정부의 대규모 국책사업으로 인한 ‘재정건전성’에 비판의 방점을 찍었다.
김 의원은 “각종 대규모 국책사업으로 인한 공기업들의 부채증가로 대규모 공사채가 발행되면 민간자금 흡수를 통해 민간경제활동을 위축시킬 뿐 아니라 채권금리 인상요인으로 작용해 시장금리 상승요인이 될 것”이라며 “정부차원의 부채관리계획조차 없이 국민에게 미래의 부담으로 떠넘기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정부의 4대강 사업, 보금자리주택 사업 등으로 인한 공기업들의 부채증가로 재정이 파탄지경에까지 이를 수 있다는 게 김 의원의 일관된 가치관이다. 국회 심의를 받지 않은 그림자 예산(섀도우 버짓)이 국민 세금 부담을 커지게 할 것이란 우려다.
김 의원은 올 국감에서 정부가 기득권층의 대변자가 돼선 안 된다고 정부에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실제 그는 국세청 국감에서 “국세청은 59만1000가구에 근로장려금 4537억 원을 지급했다가, 국세를 체납했다는 이유로 이중 5만1129가구에 대한 지급액 277억 원을 다시 환수했다”고 주장했다.
누구나 예외 없이 납세의무를 이행해야 하지만 저소득층을 위한 근로장려금을 다시 환수하는 것은 너무 매몰차다는 것. 김 의원은 저소득층을 충당·압류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번에 진보적 색체가 짙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선정한 올 국감에서 맹활약한 19명의 ‘스타의원’으로 선정됐다. 한나라당 소속 의원이 단3명뿐이라는 점에서 김 의원의 선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라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얻을 때까지 쓴 소리를 아끼지 않겠다는 김 의원. 김 의원은 “진짜 여당 의원이라면 기득권층의 대변자가 아닌 정부에 일침을 가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진수희 "KIC, 메릴린치 투자 부적절" 내부감사보고서 공개
진수희 한나라당 의원은 올 국감에서 한국투자공사(KIC)의 글로벌 투자은행 메릴린치에 대한 투자가 부적절했다는 내부 감사보고서를 공개해 화제가 됐다.
KIC는 뱅크오브아메리카가 메릴린치를 인수하기 9개월 전인 지난해 1월 20억달러 규모의 메릴린치 지분에 투자한 바 있다.
진 의원은 “당시 전체적으로 시장 상황이 불안했던 것을 감안하고도 메릴린치가 그 정도로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계약할 당시 서병기 KIC 리스크관리팀장이 홍석주 전 KIC 사장과 일부 임직원들에게 메릴린치 투자의 부당성을 알리고 투자 승인을 만류하는 이메일을 발송했지만 묵살당했다”고 주장했다.
진 의원은 또 임시투자세액공제를 전면 폐지하겠다고 나선 정부에 “여전히 경기부양이 필요한 시점에서 기업들에게 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진 의원은 결국 “임시투자세액공제를 폐지할 때 중소기업과 지방소재 기업들이 피해를 입는다면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세소위에서 대안을 내놓겠다”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답변을 얻어내기도 했다.
진 의원은 정부의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소득세 최고구간을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의 최고 과표구간을 비교해 보면 미국의 경우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7.6배, 일본의 경우 5.8배, 독일의 경우 무려 18.1배의 높은 금액을 최고 과표구간으로 정하고 있다”면서 “현행 소득세법의 최고 과표구간을 현실에 맞게 올리고 이에 따른 최고세율을 별도로 규정, 세수를 확보하는 것도 검토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