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회장후보인 정구정 후보가 선거유세장에서 조세일보 기사를 흔들어 보이며 "조세일보에 이런 기사가 났다. 우리가 무슨 권한이 있다고 이런 대접을 받느냐"고 회원들에게 하소연하자 듣고있던 구종태 한국세무사회장이 "국세청에 확인해 본 결과, 그런 일이 없다고 했다"고 맞받아쳤다. 한 후보는 "내가 국세청 과장과 통화해 봤는데 오보라고 하더라"고 아예 오보로 단정지었다.
전국 4천7백여 세무사들을 상대로 전국 대도시에서 실시된 선거유세에서 이 같은 실랑이가 벌어져 조세일보는 '오보'를 한 것으로 비춰졌다.
과연 조세일보는 '오보'를 한 것인가?
사건의 발단은 이달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세일보 기자는 이달의 부가세예정신고 가이드 기사를 쓰라는 데스크의 지시를 받고 자료를 준비하고 있었다.
때마침 국세청이 부가세예정신고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기자는 이 자료를 토대로 사업자 및 세무대리인이 예정신고에 차질이 없도록 안내기사를 쓰는 한편 당국의 주무과장인 국세청 김호기 부가세과장(부이사관)을 만나 인터뷰기사를 취재했다. 이 기사는 지난 9일자로 조세일보에 게재됐다.
기자와 일문일답식으로 진행된 이 인터뷰기사에는 "세무대리인이 꼭 챙겨야 할 사항은 있는지"라는 질문에 "해당 세무대리인이 수임하는 업체나 개인이 제출한 세금계산서가 허위·위장 기장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만약 해당 세무대리인이 수임한 업체에서 이런 사실이 적발될 경우 세무대리인 또한 국세청 관리대상이 되어 세무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국세청 김호기 과장의 답변이 들어있다.
그런데 이 기사를 세무사회장선거에 출마한 정구정 후보가 지난 11일 서울세무사회원들을 상대로 열린 선거유세에서부터 이용함으로써 문제가 불거졌다.
정구정 후보가 무어라고 말했는지 녹취록을 들어 보자
"여기 조세일보의 보도자료를 보십시오. 수임업체의 가공세금계산서에 대하여 수임세무사를 관리대상으로 하여 세무사도 세무조사를 하겠다고 합니다. 왜 세무사가 수임업체의 가공세금계산서에 대하여 책임을 지며 왜 세무사가 수임업체의 신고사항에 의하여 평가되고 관리대상이 되어야 한단 말입니까? 이것이 전산매체 제출하고 전자신고에 협조하는 세정협력의 대가란 말입니까? 우리가 무슨 권한이 있다고 하여 책임을 져야 한단 말입니까? 우리는 더 이상 납세자에게 채이고 세정당국에 채이는 그러한 초라한 세무사가 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우리의 위상을 찾아야 하겠습니다. 협력할 것은 적극 협력해야하지만 그에 따르는 대우도 당연히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회원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여러분 !"
정 후보의 이런 주장은 12일의 중부지방세무사회 선거유세에서도 이어졌다.
중부지방세무사회 선거유세 다음날인 13일 점심식사시간이 막 끝 날 쯤 국세청 김호기 부가세과장은 조세일보 사장과 서주영 취재부장 그리고 김유미 기자 세사람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김호기 과장은 전화에서 "인터뷰 내용이 조금 와전된 것 같다. 세무사들은 물론 세무사회에서도 전화를 걸어와 진위를 묻고 있어 입장이 곤란하다"며 기사를 고쳐 줄 것을 요청했다.
김 과장은 "(인터뷰내용 중) 다른 사항은 문제가 없는데 세무대리인이 꼭 챙겨야 할 사항중에서 세무대리인이 수임하는 업체 중에서 허위기장 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세무대리인 또한 국세청 관리대상이 되어 세무조사를 받게 된다는 부분은 세무대리인이 수임하는 전체 업체가 대상이 되는 것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면서 "이 부분을 세무대리인이 수임한 업체 중 자료상으로 판명된 업체가 있는 경우에 세무조사를 받을 수 있다로 수정해 달라"고 말했다.
이같은 김 과장의 요청을 받은 조세일보는 인터뷰 당사자인 김 과장이 글을 해석하는 시각에 따라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을 보다 명확하게 재 표명한 것으로 받아 들여 기사를 수정하는 한편 김 과장의 해명기사를 13일자로 게재했다.
이에따라 정구정 후보는 부산유세에서 부터는 "우리 세무사가 세무조사를 받아야 하냐고 서울 중부회원 소견발표시 논박을 하였더니 세정당국은 세무조사 방침을 재검토 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내었다(해명기사 지칭)"며 "왜 세무사가 중점관리대상 사업자가 되고, 수임업체의 가공세금계산서에 대하여 세무조사 운운하는 대접을 받아야 합니까"라고 수정한 소견을 밝혔다.
이에 구종태 한국세무사회장은 후보3인의 유세가 끝난뒤 실시된 소득세확정신고교육에 앞서 인사말을 통해 "국세청에 확인해 본 결과,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산세무사회원 5백여명에게 설명했다.
다른 한 후보도 연설이 끝난뒤 "오보"라며 더 이상 그 문제를 거론하지 말 것을 정 후보에게 주문했다고 한다.
하지만 조세일보의 오보논쟁은 17일의 대구유세, 18일의 광주유세, 19일의 대전유세에까지 이어졌다. 정구정 후보는 수정원고(부산유세 원고)로 '세무대리인 세무조사'와 관련한 발표를 계속했고,임향순 후보는 조세일보 기사를 '오보'로 몰고갔다.
대구유세에서 임 후보는 "조세일보 황춘섭 대표에게 전화해서 물어 봤더니 기사내용이 사실이라 하고 국세청 김호기 부가세과장에게 전화를 걸어서 확인해 봤는데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오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임 후보는 급기야 10일 대전 유세에서는 "모 조세전문지에 그런 기사가 났는데, 국세청에 확인해 본 결과, 오보라고 합디다. 오보. 오보라는 얘깁니다. 참고하십시요."라고 말했다.
이같은 일이 반복되자(대구유세가 끝난뒤) 조세일보는 김호기 부가세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정말로 세무사회와 임향순 후보에게 인터뷰기사가 오보라고 답변했는지'를 물었다.
이에 김 과장은 "나는 자료상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는데 뜻이 왜곡 전달됐다고 말했지 오보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조세일보는 정구정 후보에게도 전화를 걸어 "김호기 과장이 자료상을 수임한 업체에 대해 세무조사를 한다는 뜻이라고 밝혀왔기 때문에 기사를 수정하고 해명기사를 냈다"고 알려 주었다. 또 "인터뷰 당사자가 해명을 하면 해명한 내용을 공식입장으로 봐야 한다"면서 "해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발언을 갖고 자꾸 문제를 삼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조세일보는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세가지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자 한다.
첫째, 조세일보의 이번 인터뷰기사는 사업자 및 세무대리인이 부가세예정신고에 차질이 없도록 가이드 해 준다는 '순수한 목적'으로 게재한 것이지 세무사회장선거에 활용하라고 보도자료로 내 준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둘째, 조세일보는 이번 인터뷰기사와 관련, 오보를 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김호기 과장의 인터뷰기사를 올린 9일 하룻동안 수 백명의 독자(세무사 포함)가 인터뷰를 열람했지만 김호기 과장에게는 물론 본사에도 이의를 제기하는 전화 한 통화도 없었다. 그러던 것이 정구정 후보가 선거유세에서 인용함으로써 논란이 됐다. 문제는 글을 해석하는 각도에 따라 받아들이는 느낌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세금계산서에 대한 국세청의 입장은 그 표현이 어떠하든지 간에 무자료 및 허위·가공계산서 수수를 발본색원하겠다는 대원칙이 전제돼 있으며 세무대리인도 이에 대해 일정부분 책임감을 갖고 협조해 줄 것을 세무사회에 요청하고 있으나 그렇다고 세무대리인을 무차별적으로 조사한다는 방침은 아니라는 것은 알만한 사람이면 다 안다. 그러나 어쨌든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김호기 과장이 본사에 문제의 부분에 대해 보다 명확한 입장을 표명해 옴에 따라 기사를 수정했고 해명기사도 냈다.
셋째, 정구정 후보는 일단 인터뷰 당사자가 해명을 한 이상 이 부분까지 정확하게 감안하여 설명하든가 다른 표현을 썼어야 했다는 아쉬움을 조세일보는 갖고 있다. 또한 임향순 후보 역시 이 부분을 거론하려면 "확인해 본 결과, 어느쪽 말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국세청의 방침은 자료상을 수임한 세무사에 대해 조사한다는 것이지 세무사 전체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한다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어야지 "오보"라고 단정지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