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적 세제지원 대신 대기업 맞춤형 토지공급 선택
정부가 5일 세종시 수정안(발전방안)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인 인센티브 방안을 확정·발표했으나 기업유치를 위해 당초 논의됐던 파격적인 인센티브보다는 다소 한발 물러선 내용이어서 추후 기업유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세종시 투자유치를 위한 제도적 지원방안'에는 현재 다른 지역에서 진행중인 혁신도시나 기업도시의 혜택을 넘어서는 세제지원 대책은 포함되지 않았다.
우선 수도권에서 세종시로 이전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현재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하는 기업이 받고 있는 소득세와 법인세의 7년간 100% 면제 이후 3년간 50% 면제, 취득·등록세 면제, 재산세 5년간 100% 면제 이후 3년간 50% 면제의 혜택을 동일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굳이 세종시가 건설되지 않더라도 이 지역에 이전하는 수도권 기업은 지금도 이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달라질 것은 없는 셈이다.
또한 세종시에 신설하는 기업에 대해서도 현재 기업도시에 대한 혜택을 그대로 차용해 소득·법인세 3년간 100% 면제 이후 2년간 50% 면제, 취득·등록세와 재산세의 15년간 감면 가능 등의 혜택을 주기로 했다.
□ 타 지역반발로 세제혜택 '파격'이 '적정'으로
당초 정부는 세종시에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유래 없는 파격적인 세제혜택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은 "경제자유구역에 준하는 만큼의 규제완화와 세제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공공연히 강조하고 나섰고, 국가원로들도 입주기업에 대한 파격적인 금융·세제지원이 필요하다고 힘을 실어줬다.
그러자 이번에는 혁신도시나 다른 지역도시들과의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다.
세종시가 우수한 혜택을 등에 업고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기업들을 흡수해 버릴 것이라는 이른바 '세종시 블랙홀' 논란과 함께 지역에서의 강력한 반발이 일어났다. 여야의원들과 혁신도시 관계자들이 혁신도시에도 세종시와 동일한 수준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라고 압박했다.
이에 따라 세종시 인센티브 수위조절론이 급부상했고, 정운찬 국무총리가 직접 "(세종시에) 과도한 인센티브는 안 줄 것이며, 적합성과 형평성을 고려할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조원동 세종시 실무기획단장(총리실 사무차장)은 "입주 주체들이 실제로 입주할 수 있도록 조건을 맞춰 주는 것, 맞춤형 조건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맞춤형 인센티브'를 거론하기 시작했고,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은 "세종시 인센티브를 적정한 수준에서 찾아야 한다"고 '파격'에서 '적정'으로 꼬리를 내렸다.
□ 기업입주 이미 정해졌나‥대기업 맞춤형 인센티브
이날 발표된 세제지원 인센티브는 경제자유구역보다 한 단계 낮은 기업도시 수준이다.
경제자유구역의 경우 입주하는 기업에 대해 투자금액에 따라 최고 5년간 소득·법인세 100% 면제 이후 2년간 50% 면제해주고 있지만, 기업도시의 경우 최고 3년간 소득·법인세 100% 면제 이후 2년간 50% 면제해주고 있다.
당초 경제자유구역 수준 이상의 세제혜택을 기대했던 기업들의 입장에선 성에 차지 않는 수준임이 분명하다.
지난 12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세종시 입주에 대한 기업들의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업들은 법인세와 재산세 등을 모두 10년간 면제해주고 이후 5년간 50% 면제 해주도록 해달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이는 이번 방안에서 수도권 이전기업이 받을 수 있는 소득·법인세 7년간 100% 면제 이후 3년간 50% 면제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세제에 대한 인센티브 수준을 낮추는 대신 토지공급을 싸게 해 주는 방식을 기업 유인책으로 선택했다.
특히 대규모 투자자 즉, 대기업에 대해 원형지를 3.3㎡당 36만∼40만원에 공급키로 했다. 공급 규모도 최소 50만㎡ 이상이다.
이는 세종시 매각대상용지의 평균조성원가(227만원/3.3㎡)에 비해 6분의 1수준이며 인근 산업단지 평균공급가격(78만원/3.3㎡)과 비교해도 절반 수준이다.
세제지원 등에서 특별히 기대할 게 없는 상황이지만 대기업에 대해 각별히 싼값의 토지를 공급해줘 꼭 필요한 대기업 유치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현재 삼성과 웅진그룹이 세종시에 투자할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부는 "아직 최종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며 확답을 피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