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 힘 쏟은 시간은 20%뿐"
"더 큰 대한민국 만드는 데 노력할 것"
취임 일성으로 세종시 수정론을 들고 나와 정치권은 물론 온 나라를 흔들었던 정운찬 국무총리가 어느덧 취임 100일을 맞아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최종 심판대에 오르려 하고 있다.
세종시로 시작해 세종시로 마무리되고 있는 총리생활 100일이지만 본인의 입장에서 이른바 '세종시 총리'라는 별칭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정 총리는 6일 취임 100일을 맞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가진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사실 세종시에 힘을 쏟은 시간은 20%밖에 안 되는데, (주위에서) 자꾸 '세종시 총리'라고 한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정 총리는 "사안의 중요성에 따라서는 그렇게(세종시 총리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동안 총리실에서 만난 외국 인사들이 몇 십 명인지도 모를 정도로 굉장히 일을 많이 했는데, '세종시 총리'라고만 하니 좀 그렇다"고 말했다.
정 총리 스스로 불만은 있겠지만 실제로 그가 지나온 100일을 세종시를 빼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총리 지명 직후인 지난해 9월3일 "세종시는 경제학자의 눈으로 볼 때 효율적인 모습은 아니다. 원점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원안대로 추진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논란의 문을 연 후 세종시 문제는 총리를 중심으로 새로운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총리실 산하에 세종시에 대한 국민여론 수렴의 명목으로 '민관합동위원회'와 '세종시 실무기획단'이 마련됐다.
총리가 직접 충청지역 방문한 횟수만 5차례에다 이 과정에서 계란세례와 함께 "총리직 때문에 고향을 팔아먹은 배신자"라는 비난을 받아내야만 했다.
세종시를 행정중심이 아닌 경제중심도시로 바꾸기 위해 경제단체장과 기업인들을 수시로 만났고,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등 충청출신 인사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마침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주례보고를 통해 세종시 수정안의 '초안'을 보고한 정 총리는 ▲수도권 포함 다른 지역의 사업이나 기능 유치 배제 ▲신규사업 위주 유치 ▲현지인 고용기여사업 위주 유치 ▲인근지역과 주민요구 반영 ▲해외유치 위한 자족용지 배분 등 새로운 과제까지 받아든 상황이다.
시간이 갈수록 부담은 늘어나고 있지만 정 총리는 "모두에게 할 일은 하고, 안 할 일은 안해야 한다고 했지만, 나는 세종시는 수정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끝까지 강한 소신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취임 100일 이후의 미래에 대한 포부도 밝혔다.
그는 "매일 생각하지만 이제는 우리가 우리의 운명을 좌우하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 적어도 남이 (우리의) 운명을 좌우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며 "자기 운명을 좌우하는 것은 국력에 의해 결정되고, 국력은 해야할 일은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안하는 것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더 큰 대한민국,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선진일류국가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와 연결되겠지만, 우선 중요한 것은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마당에 의식을 바꾸고, 국가의 품격을 높이는 계기가 돼야 한다. 우리는 패배주의적, 변방적 의식 속에 살아 왔지만, 앞으로 좀 더 진취적으로 자신감 속에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