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이라도 정치적이었다면 바로잡는 게 지도자의 용기"
"세종시, 블랙홀 아닌 산업의 중심축"
정운찬 국무총리는 11일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세종시 건설은 정치적 신의 문제 이전에 막중한 국가대사"라고 밝혔다.
정 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정부가 마련한 '세종시 발전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지금은 세계질서가 재편되고 있는 역사적 전환기이다. 우리에게는 어제에 발목이 사로잡혀 오늘을 허비할 시간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총리는 "세종시 같은 국가적 대사(大事)를 결정하는 기준은 오히려 단순하고 명료하다. 그것은 어느 방안이 국민과 국가의 이익을 극대화하느냐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이든 국가든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신의와 신뢰는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는 기본 요소입니다. 정책의 일관성 역시 정부에게 주어진 기본 의무"라고 강조하고 "역사를 마주하는 경건한 자세로 세종시 발전방안을 마련하면서 저 역시 밤을 새워 고뇌와 번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명분 때문"이라고 소회 했다.
국회의 합의에 의해 법안이 통과되고 이미 시행이 되고 있던 정책을 완전히 뒤집는 수정안을 마련한데 대한 그동안의 고민을 털어놓은 것.
그는 그러나 "과거의 약속에 조금이라도 정치적 복선이 내재돼 있다면 뒤늦게나마 그것을 바로잡는 것이 나라를 생각하는 지도자의 용기 있는 결단 아니겠느냐"고 세종시가 정치적 산물임을 환기시키고 이에 대한 수정의 불가피함을 강조했다.
그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세종시는 어제의 잘못을 바로잡는 일이자, 새로운 내일의 토대를 다지는 시대적 과업"이라며 "세종시는 경기도 분당 면적의 네 배에 달하는 거대한 프로젝트로 여기에는 정치적 고려나 지역적 이해관계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 자칫 방향이 잘못 결정된다면 국가적으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기존의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계획은 말 그대로 이미 있는 행정부를 반으로 쪼갠 뒤, 그 반쪽을 지방으로 옮기는 이전사업이다. 수도 이전이 벽에 부닥치자 행정부처 일부 이전으로 대신하려는 것은 시대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원안의 문제점을 강하게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수정안에 대해서는 "세종시는 세계의 흐름을 선도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 지역을 살찌게 하고 국가경제를 견인할 수 있어야 한다"며 "고심 끝에 우리가 찾아낸 해법은 작은 파이를 나누어 일시적으로 욕구를 만족시키는 미봉책이 아니라, 커다란 파이를 새로 만들어 모든 국민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창의적 발전방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행정도시가 관(官) 주도의 과거식 개발계획이라면, 세종시는 과학기술이 교육과 문화와 어우러져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인구 50만 명의 미래형 첨단 경제도시"라며 "대한민국을 선진 일류국가로 이끌어갈 21세기 전초기지를 창조하는 백년대계"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대기업과 견실한 중소기업 그리고 대학과 연구기관이 들어설 수 있는 충분한 입지를 새롭게 확보한 것도 원대한 목표를 구현하려는 의도이다. 당초의 계획에 반영돼 있던 자족용지의 세 배가 넘는 규모이며 이곳이 산학연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심장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 균형발전 측면에서 보더라도 세종시 발전방안은 행정도시 계획보다 훨씬 더 유리할 것"이라며 "기업과 자본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아니라, 기초과학과 원천기술·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내는 중심축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