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시작됐지만 올 1월과 2월 취업률은 사상 최악이 될 것이란 분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또 일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질적 실업자 수가 현재 300만명에 이른다는 언론보도도 날씨만큼 차가운 현재 우리나라의 고용시장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취직이 어렵다보니 기본적인 혜택이 보장되지 않는 사업장에서 어쩔 수 없이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회사와의 고용관계도 보장할 수 없고, 차량이나 식대에 필요한 지원도 제대로 받지 못하지만 얼마 되지 않는 소득을 위해 일을 합니다.
그런데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업체에서 근무하다보니 영세업체 근무자들이 근로자가 아닌 사업자로 여겨져 뜻하지 않은 부가가치세 징수를 당하는 사례가 종종 있습니다. 근로자임을 보증할 수도, 보장할 수도 없는 상황에 부가세라는 세금폭탄이 떨어지면 안그래도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힘이 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영세업체의 영업사원이었다고 주장하지만 근무기록 등이 없어 과세당국으로부터 부가세를 내야하는 처지에 놓인 A씨가 있습니다. 심판원은 A씨의 불복에 대해 최근 기각 결정을 내렸습니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이유야 어쨌든 억울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번 심판례를 통해 비슷한 처지의 근로자들이 같은 상황에서 근로자로 인정받기 위해 어떤 것들을 챙겨야 하는지 알려주는 중요한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영업사원으로 일했을 뿐인데…= A씨는 과자 및 소세지류를 공급하는 B회사의 영업사원으로 2004년에 1년 간 근무했습니다. 당시 A씨는 회사로부터 물건을 무상으로 받아 거래처를 스스로 확보하고 회수한 자금 중 대금을 입금하는 형식으로 일했습니다.
A씨는 당연히 자신이 B회사의 영업사원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회사로부터 개인사업자로서 부가가치세 10%를 내야한다는 어떠한 말도 듣지 못했습니다.
A씨의 주장에 따르면 영업으로 인한 마진은 10~30%수준이었고 수입은 많아야 150만원도 안됐다고 합니다. 더욱이 차량유지비와 식비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1년 동안 80~90개의 거래처를 가졌지만 100만원을 받더라도 고정적인 월급쟁이가 낫겠다는 생각으로 A씨는 1년만 일하고 회사를 그만둡니다.
그런데 과세당국은 2004년 A씨가 1분기에 1965만7000원, 2분기에 3406만1000원을 매출한 사실을 확인하고 각 분기당 345만8050원과 580만3990원의 부가가치세를 내라고 경정고지 합니다.
A씨가 영업사원이라고 주장하지만 B회사로부터 근로소득을 지급받은 내역이 없고 사업상 독립적으로 재화를 공급한 사업자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A씨는 이에 불복했습니다.
당시 B회사로부터 부가가치세에 대한 어떤 말도 듣지 못했으며, 단지 급여를 받지 않았다고 개인사업자로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지난 2006년 해당 세무서장으로부터 과세예고통지서를 받고나서 억울하다는 소명서를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3년이 지난 2009년에 과세를 해 200만원의 가산금까지 부담하는 것은 너무하다고 주장했습니다.
□ 근무사실 확인 안되면 '미등록사업자'= 영업사원이라고 주장하는 A씨가 개인사업자로 오해(?)를 받게 된 것은 그가 몸담았던 영세 업체 B회사의 문제에서 출발합니다.
B회사는 소세지, 어묵, 핫바, 떡갈비 등을 파는 가공식품 도·소매 업체였습니다. 그런데 매입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졌지만 매출에 있어서는 위장세금계산서를 발행한 것이 조사결과 밝혀졌습니다.
여기에는 A씨의 가공식품 매출내역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그리고 A씨가 B회사에 근무한 내역은 2004년 12월 9일부터 2004년 12월 31일까지의 기록이 전부일 만큼 모든 것이 부실했습니다.
여러 사실과 정황을 바탕으로 심판원(2009중4010)은 A씨가 영업사원이었다고 주장하지만 국세청 전산자료에 A씨의 근무 사실이 확인되지 않고, 자신의 차량으로 영업을 했으며 B사의 대표이사가 A씨가 가공식품을 공급했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에 독립적으로 재화을 공급한 사업자로 봐야 한다는 판단합니다.
따라서 심판원은 과세당국이 A씨를 사업자로 보고 무자료 매입분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부과한 처분에 잘못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당시 A씨의 상황은 자신만이 잘 알 것입니다. 진짜 영업사원으로 일했을 수도 있고 알면서도 불법을 저지른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번 심판례를 통해 관심 있게 봐야 할 것은 진짜 영업사원으로 일하고 있는 영세 업체의 근로자들이 후일 억울한 과세처분을 받지 않기 위해서 어떤 방식으로든 해당 업체에서의 근로사실을 확실히 증명할 자료를 꼭 준비해 두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박봉을 받는 것도 서러운데 뜻하지 않은 과세처분으로 엄청난 심리적, 경제적 고통을 받고 싶지 않다면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