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에는 부가가치세 과세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올해 7월부터 미용 목적의 성형수술, 무도·운전학원 등 성인 영리학원, 수의사의 애완동물 진료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과세한다는 방안이 담겼다.
미용 성형수술 등에 대한 과세는 관련 업계에서 세원 노출과 시장 위축 등을 이유로 반대하지만, 주요 선진국에서 대부분 시행하고 있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조세체계의 합리화를 위해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의견이 많다.
과거 정부가 이를 추진하려다가 업계의 반대와 정치 논리에 밀려 번번이 무산된 전례가 있어 제대로 시행될지 주목을 끌고 있는 이슈이기도 하다.
그러나 12일 재정부가 발표한 주요 세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당초 발표와 달리 이들 용역에 대한 과세방안이 모두 빠졌다.
새로운 과세방안에 대해 성형외과와 수의사, 성인 영리학원 등 업계의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 정부 스스로 과세방침을 철회할 수도 있다는 신호를 보여준 셈이다.
이에 대해 윤영선 재정부 세제실장은 "지난해 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국민들의 납세의무가 급격히 변화하는 사항은 추후 법률에 올리는 것을 검토하자는 의견이 나왔다"며 "시행령에 넣을지, 법에 넣을지 등의 사안을 2월 임시국회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14일 비공개로 열린 조세소위원회에서는 성형수술 등 부가세 과세방안에 대해 위원들의 반대가 극심했다.
당시 민주당 백재현 의원은 "과세방안을 시행령에 규정한 것은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난다"며 법안에 열거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운전학원 과세의 경우 젊은 층의 '필수과목'이기 때문에 과세를 통해 부담을 증가시키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내놨다.
민주당 이용섭 의원과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도 새롭게 세금이 부과되는 문제는 정부의 시행령 개정이 아니라 국회 차원의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이혜훈 조세소위원장(한나라당)은 올해 2월 임시국회에서 재차 논의하는 것으로 절충안을 제시하고, 그 사이 재정부가 법률 체계 등에 대해 재검토하기로 결론을 냈다.
일단 정부의 시행령 개정을 통한 과세권 작동에 제동을 걸고 심사를 위한 시간을 벌기로 했지만, 과거 전례를 볼 때 이번 성형수술 등 과세방안도 무산될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지난 2002년 당시 정부는 미용 성형수술에 대한 부가세 과세 방침을 세제개편안에 담았다가 업계의 극렬한 반대와 압력 속에 끝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3개월만에 철회했고, 2008년에도 과세를 검토했다가 중장기 과제로 남겨두는 등 난항을 겪었다.
성형수술 등의 부가세 과세에 대해 이번 국회에서도 결정을 유보하고 있는 정황은 결과적으로 과세가 무산되는 수순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게 여겨진다.
한나라당 나성린 의원은 "위원들이 원칙적인 부분을 얘기하고는 있지만, 각 업종에 대해 많은 의견을 듣고 과세를 신중하게 하려는 느낌이 든다"고 꼬집었다.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조세소위원회가 제대로 소집될지 여부도 불확실한 가운데, 성형수술 등 과세여부에 대한 논의 대신 원칙적인 문제, 즉 시행령 사안인지 법안에 넣을지 여부에 대해 논의하다보면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만일 법안에 명시하려면 부가가치세법 체계 전반을 고쳐야 하기 때문에 당초 정부안대로 7월에 시행하기도 어려워진다.
오랜 진통을 겪어왔던 성형수술 등 과세방안에 대한 기류가 심상치 않은 가운데, 이번에도 외부 압력과 정치 논리에 묻혀버리는 게 아닌지 염려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