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부터 상장기업 및 일부 금융회사에 적용되는 국제회계기준(IFRS)과 관련된 법인세법 등 세법 개정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착수될 전망입니다.
세제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IFRS 조기도입 기업들을 고려해 지난해 IFRS에 따른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려고 했으나, 새로 제정될 비상장기업 회계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섣불리 세법 개정안을 발표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지난해말 비상장기업에 적용할 별도의 회계기준이 발표됐습니다. 현행회계기준(K-GAAP)을 최대한 유지하되, 좀 더 간소화해 기업들의 부담을 줄이는 방안으로 마련됐습니다.
2011년 회계연도부터 상장기업과 비상장기업에 각각 적용되는 회계기준이 모두 공개된 것입니다.
비상장기업 회계기준은 현행회계기준과 크게 다르지 않고 변경된다고 해도 정부가 충분히 컨트롤할 수 있기 때문에 세법 개정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상장기업 등에 적용될 IFRS와 관련된 세법 개정입니다.
지금까지 기업들은 규정 중심의 현행회계기준에 맞춰 재무제표를 작성한 뒤 산출된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세무조정'이라는 절차를 거쳐 해당 회계연도에 내야 하는 세금을 결정해 왔습니다.
현행회계기준과 세법 간 차이가 적었기 때문에 '세무조정'을 하는데도 큰 무리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원칙 중심의 IFRS와 정답이 정해져 있는 세법은 체계부터가 다릅니다.
예컨대 세법에서 영업권은 5년간 감가상각하고, 재무제표에 계상된 감가상각비용은 손금산입됩니다. 현행회계기준도 이에 맞춰 5년간 감가상각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IFRS는 매년 손상평가를 해 손상이 있을 경우에만 감가상각을 하도록 돼 있습니다.
만약 손상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재무제표에 감가상각을 계상할 수 없고, 따라서 손금산입도 불가능합니다. 손상이 크게 발생했다고 해도 세법에 손금산입되는 비용 한도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손상액 전액을 손금산입하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IFRS를 도입하면 지금보다 세무조정 사항이 두 배 가량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세무조정이 늘어나면 납세협력비용은 물론, 세금부담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IFRS에 따라 발생한 세무조정 사항들은 세법 개정을 통해 줄이면 되지만, 개정해야 할 항목이 워낙 많아 쉽지 않은 작업이 될 것입니다. IFRS에 따른 세법 개정안에 대한 논문은 450페이지를 넘어갈 정도입니다.
법인세법은 비상장기업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IFRS에 따른 세법 개정은 예외규정을 두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보다 세법이 좀 더 복잡해지고, 조문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IFRS에 따른 계정과목별 회계처리가 늘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더구나 우리나라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닙니다.
IFRS를 제정하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와 미국재무회계기준위원회(FASB)는 IFRS와 미국의 회계기준을 컨버전스(Convergence)하기 위해 IFRS에 따른 계정과목별 회계처리를 계속해서 변경해 나가고 있습니다. 세계 공통의 회계기준을 놓고 EU와 미국이 알력싸움을 한 끝에 내린 결정입니다.
미국은 2014년에 IFRS 도입여부를 결정하기로 했고, 최소한 그 때까지는 IFRS에 따른 계정과목별 회계처리가 계속해서 바뀔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그 이후에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재정부는 IFRS 회계처리가 변경될 때마다 법인세법도 함께 개정해야 하는지, 아니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재정부는 현행처럼 재무제표에서 '세무조정'을 통해 세금을 납부하는 방법이 아닌 미국처럼 회계기준에 따른 재무회계와 세법에 따른 세무회계를 분리하는 방법(Two-Book 시스템)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다만, 세무회계를 별도로 작성하더라도 IFRS에 따른 재무회계를 아예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에 재무회계와 세무회계를 분리해 적용할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IFRS에 따른 세법 개정은 기업들과 세무당국의 납세협력비용 및 징세비용을 줄이는 것을 최우선 원칙으로 해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재정부는 이를 위해 관련 업계 및 회계사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나갈 방침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