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올해 상반기 중 지정절차 재착수
시설기준 등 '요건완화' 움직임-업계 '주목'
정부가 삼화왕관, 세왕금속공업 등 2개 제조업체가 지난 수 십년 동안 점유해 온 주류 납세병마개 시장의 빗장을 허무는데 일단 실패(?)했다.
지난해 국세청이 새로운 납세병마개 제조자 지정절차를 진행했지만 신청 업체가 법이 정하고 있는 시설기준 등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지정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올해 상반기 중 지정절차에 재차 착수해 새롭게 납세병마개 시장에 진입할 제조업체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그 동안 완고하게 유지해 왔던 지정요건을 상당폭 완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업계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14일 국세청과 주류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세청이 납세병마개 신규 제조업체 지정작업을 진행했지만 신청업체가 1개 업체에 불과했고, 그나마 법이 정하고 있는 시설기준 등 지정요건에 미달해 지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지정을 받기 위해서는 ▲직전 1년 이상 병마개 제조업을 전업해 영위한 법인 ▲국세청 고시(납세병마개 제조자 시설기준)의 시설을 모두 갖춘 법인 등 요건을 갖춘 법인만이 신규지정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국세청에 신청서를 접수한 1개 업체는 국세청이 정하고 있는 시설기준에 미달, 탈락의 '고배'를 마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당초 올해 1월1일 신규 업체를 지정해 사업권을 5년간 허용, 시장을 3개 업체 경쟁체제(삼화왕관, 세왕금속공업, 신규 1개 업체)로 재편할 예정이었던 국세청의 방침은 일단 무산됐다.
국세청은 올해 상반기 중 지정절차에 재착수해 신규 업체를 지정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국세청이 제시한 지정요건 자체의 까다로움으로 인해 시장참여가 가능한 업체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을 감안, 현행 시설기준을 하향조정해 다수의 업체가 지정 경쟁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기획재정부는 최근 세법시행령을 개정, 납세병마개 제조자 지정요건 중 '병마개 제조전업기간(1년)'을 폐지하고 납세증명표지 사용신고 기한(출고전 15일→1일) 및 승인통지 기한(10일→5일)을 단축하는 등 규제장벽을 낮췄다.
한편 현재 주류 납세병마개 시장의 규모는 연간 8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 30년 넘는 기간 동안에는 두산그룹 소유의 삼화왕관, 하이트가 지분의 25%가량을 소유하고 있는 세왕금속공업 등 2개 업체가 시장을 양분해 왔다.
주류 업계에서는 납세병마개 사업을 일단 시장참여만 가능하다면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이른바 '노른자위' 사업으로 평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