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거래세원 통합분석시스템-기업 재무정보 '예의주시'
조세조약 개정 협의-스위스 등 '금융정보 쇄국' 철폐 추진
해외에 위치한 현지법인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비자금화'하거나 국내 소득을 불법적인 방법으로 해외에 반출, 세금을 회피하는 '역외탈세행위'에 대한 국세청의 감시 레이더망이 한층 두터워지고 있다.
국세청은 각종 제도적, 행정적 견제장치를 가동하는 등 역외탈세행위 차단에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와 관련한 세무조사도 대폭 강화한다는 것이 국세청의 방침이다.
이처럼 국세청이 역외탈세행위에 대한 대응체제를 강화하는 것은 국제적 기조와도 부합된다. 게다가 역외탈세행위는 시간이 지날수록 고도화, 지능화되고 있다. 과세당국도 과거의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분명한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세청은 지난해 백용호 국세청장 취임 이후 역외탈세행위 차단을 4대 중점세정과제로 선정했다. '글로벌 경제'의 가려진 면을 악용, 과세당국의 포위망을 유유히 빠져나가는 세원(稅源)을 정상화하겠다는 것이 국세청의 궁극적인 목표점이다.
□ "역외탈세행위 막아라"-글로벌 '이슈'= 대한민국 과세당국의 역외탈세행위 차단 역량 강화는 국제적 기조와도 부합된다. 스위스 UBS은행과 리히텐슈타인 LGT은행이 비밀계좌를 통해 미국 등 대재산가의 탈세를 교사한 사건이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주요 선진국들이 국내탈세가 아닌 해외탈세로 대거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국의 경우 올해 세출예산 10% 삭감기조에도 불구하고 IRS 예산은 5.2% 증액했다. 역외탈세 대응을 위한 국제조세 인력증강이 배경에 깔려 있다.
영국과 프랑스, 캐나다, 호주, 일본 등 이른바 잘 사는 나라들도 자국 국세청에 대재산가들의 역외탈루소득 문제 전담조직을 창설했다. 특히 미국과 프랑스, 영국 등은 역외탈루소득 자진신고제를 시행, 형사처벌면제 등 혜택을 부여 납세자 스스로 탈세고백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을 정도다.
OECD, G20 등 국제적으로도 과세정보교환 네트워크 확대를 통해 각국의 역외탈루소득 파악 노력에 상부상조(相扶相助)를 약속하는 등 국제공조 체제도 강화되고 있다.
□ 대한민국도 역외탈세 차단 '혈안'= 국세청은 지난해 하반기 해외 자회사를 통해 벌어들인 소득을 국내에 들여오거나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고 '쓱싹'한 혐의가 있는 중대형 법인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지는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국세청의 '고민'은 역외탈세가 상당히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 그만큼 관련한 정보도 부족하고 시일 또한 많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행정을 뒷받침해 줄 제도적 장치 또한 아직까지 정비가 되지 않은 측면이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는 형편. 선진국과는 달리 대한민국 국세청은 조직과 인력 확충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측면에서 국세청은 현재의 조직과 인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행정시스템 개발을 통해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다.
최근 국세청은 정예요원들을 선발해 '역외탈세 추적전담센터'를 출범, 정보력을 강화했다. 또한 ICAS(국제거래세원 통합분석)시스템을 구축(2만개 국내법인, 5700만개 해외법인 재무정보 전산분석 시스템), 역외탈세 차단을 위한 분석력을 강화했다.
제도적인 차단막 설치도 검토하고 있다. 당초 국세청은 미국, 호주 등 11개 국가에서 시행중인 포괄적 금융정보 수집권한(일명 John Doe Power) 도입을 검토했으나 현실적인 여건이 성숙되지 않아 검토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재 국회 차원에서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 도입이 가능하도록 측면 지원하는 한편 도입 이후 원활한 제도 정착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반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세청은 조세조약 체결 및 제·개정 권한을 가지고 있는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조세피난처 국가들과의 조세정보교환 조약 체결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최근 스위스가 금융정보 '쇄국주의'를 철폐키로 함에 따라 현재 기획재정부는 지난 1981년 체결된 한-스위스 조세조약상 '정보교환 규정' 삽입을 의제로 삼아 조세조약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위스와의 조세조약이 개정, 정보교환 규정이 삽입되어 작동할 경우 향후 국세청이 부유층의 은닉재산에 대한 정보를 스위스로부터 수집해 과세에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