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내기 위해 K-GAAP 다시 작성‥"부담 크다"
재정부 "세법개정안 세제개편보다 일찍 발표 검토"
지난해 국제회계기준(IFRS)을 조기에 도입한 상장기업들은 올해(09사업년도) 법인세를 신고·납부하기 위해 현행기업회계기준(K-GAAP)에 따라 재무제표를 다시 한번 작성해야 한다.
기획재정부는 예규(법인세제과-1069)를 통해 "국제회계기준을 조기에 도입했을지라도 현행기업회계기준으로 작성된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세금을 신고·납부해야 한다"고 19일 밝혔다.
정부가 아직 국제회계기준에 따른 세법 개정을 준비중이기 때문에 지난해 국제회계기준을 조기에 도입한 기업들은 장부를 두 번 작성하는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제회계기준은 지난 2007년 로드맵이 발표되면서 지난해부터 조기도입이 허용됐는데, 국제회계기준에 따른 세법 개정은 2011년 의무도입을 1년 앞둔 시점에서야 진행되고 있는 것.
비상장기업 회계기준이 지난해 연말 발표됐기 때문에 비상장기업과 상장기업 등을 모두 고려해 세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세법 개정이 늦어졌지만, 국제회계기준을 도입하는 상장기업들은 세법 개정이 빨리 나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정부도 이를 의식했는지 당초 올해 세제개편안에 국제회계기준에 따른 세법 개정 방안을 담을 계획이었으나, 이보다 더 일찍 개정 방안을 발표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또한 조기도입 기업들을 위해 올해 사업연도부터 국제회계기준으로 작성된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세금을 내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국제회계기준을 도입하고서도 세금을 내기 위해 현행회계기준으로 재무제표를 별도로 작성해야 하는 수고는 지난해 도입한 기업들에 한해서만 한시적으로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 먼저 도입한 게 죄?‥"장부 두 번 작성 부담돼"= 지난해 국제회계기준을 조기에 도입한 기업들은 유가증권 및 코스닥 상장기업 등을 합해 총 14개 기업이다. KT&G, STX팬오션 등의 대기업뿐만 아니라, 인선이엔티, 다스텍 등 중소기업들도 있다.
이들은 지난해 처음 국제회계기준으로 재무제표를 작성했지만, 올해 3월(12월 결산법인) 지난해 사업연도의 법인세를 신고·납부하기 위해 현행회계기준으로 재무제표를 다시 작성해야 한다.
현행회계기준에 따른 재무제표로 세무조정을 통해 세금을 신고·납부하고, 이 재무제표를 관할세무서에 제출해야 한다.
대부분의 조기도입 기업들은 국제회계기준에 따른 세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재무제표를 국제회계기준과 현행회계기준으로 두 번 작성했다. 국제회계기준으로 작성된 재무제표는 공시하고, 현행회계기준으로 작성된 재무제표는 관리회계 및 비교재무제표로 활용했던 것.
그러나 일부 기업들은 국제회계기준으로만 재무제표를 작성했다가 지난해말 정부의 지침을 받고서 별도로 다시 현행회계기준으로 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있다. 업무부담이 갑자기 늘어난 셈이다.
한 기업의 회계담당자는 "올해 세금을 낼 때 현행회계기준으로 작성한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세금을 내야 한다는 정부의 공문을 받았다"며 "이전까지 국제회계기준으로만 재무제표를 작성해왔는데, 갑자기 현행회계기준으로 작성된 재무제표를 법인세 신고·납부할 때 내라고 해서 당황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기업 회계담당자도 "국제회계기준을 도입했는데 세금을 어떻게 내야 할지 몰라서 알려달라고 해도 알려주지도 않더니 12월에 갑자기 현행회계기준으로 세금을 내라고 했다"며 "국제회계기준만 결정되고, 세법이나 공시 등 제반사항들이 모두 결정되지 않아 애로사항이 많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 재정부 "IFRS에 따른 세법개정안 조기발표 검토"= 정부도 기업들의 불확실성과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국제회계기준에 따른 세법 개정방안을 세제개편안보다 더 일찍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2010년 사업연도부터 국제회계기준 및 개정된 세법으로 세금을 내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제회계기준에 따른)세법 개정방안은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것이지만, 발표시점을 세제개편안보다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2010년 사업연도부터 개정된 세법을 바탕으로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세무조정을 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금을 내기 위해 현행회계기준에 따른 재무제표를 다시 작성하는 것은 지난해 조기 도입한 기업에 한해서만 한시적으로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올해 세법을 개정한다고 해도 개정된 방안이 최종적으로 연말 정기국회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국제회계기준 조기도입 기업들이 개정된 세법을 바탕으로 세무조정을 하는 데 시간이 부족하게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기업 관계자는 "연말에 갑자기 이렇게 세법이 개정됐으니 적용하라고 하면 (3월말에 법인세 신고·납부할 때까지) 시간이 상당히 부족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올해 세법을 개정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올해 사업연도부터 적용하기에는 업무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설명이다.
회계전문가는 "정부가 조기에 세법개정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충분히 검토했어야 하는데 현재 늦은 감이 있다"며 "지금은 세수감소 등을 우려하다 보니 개정방안을 내놓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