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비세 등 도입 대신 국가보조금 축소
지방간 경쟁유도-재원배분 인센티브·패널티 도입
"지방소비세는 '지방교부세'의 단순화에 불과"
-재정위, 중앙·지방 재원배분 공청회 개최-
지방의 자주재원을 확충하기 위해 현행 지방세를 소비세 및 소득세 위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다수 제시됐다. 다만, 지방으로 내려가는 국가보조금 등도 같이 축소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올해 국세인 부가가치세의 5%를 재원으로 지방소비세가 도입됐으나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은 각각 78%, 22%로 이전처럼 8대 2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 반면, 중앙과 지방의 재정지출(지방교육 포함)은 4대 6 수준으로 중앙의 재원이 지방으로 이전돼 지방살림을 보전하는 구조로 불균형한 상태다.
지방이 자체재원을 마련하지 못하고 중앙재원을 끌어쓰고 있기 때문에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저해되고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성도 떨어지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러한 내용의 중앙과 지방간 재정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중앙과 지방간 합리적 재원배분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진술인으로 참석한 서울여대 배인명 교수는 "지방세는 재산세 비중이 커 부동산 경기에 따라 지방재원이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며 "지방세 안정을 위해 소비세와 소득세 비중을 높여 세원의 다양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행 지방세는 재산세 비중이 약 50%(거래과세 32%, 보유과세 18%)인 반면, 소비세와 소득세 비중은 15%, 17%에 불과하다.
또 배 교수는 "지방세 확충을 위해 국세의 일부를 지방세로 이양하는 방안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밝혀 정부가 추진 중인 지방소비세·소득세 도입을 찬성했다.
정부는 1단계로 부가가치세수의 5%를 지방재원으로 지방소비세를 도입하고, 소득할·법인할 주민세의 명칭만 지방소득세로 변경했으며, 3년간 준비기간을 갖고 부가가치세수의 5%를 추가로 지방소비세로 이전하기로 했다.
그러나 배 교수는 정부보다 국세의 지방세 이양비중을 늘려 지방소비세로 부가가치세의 20%를, 소득관련 국세의 10%를 지방으로 이양하는 경우 전체 세금 중 지방세 비중이 2009년기준으로 20.8%에서 28.5%로 제고된다고 밝혔다. 지방세가 47조원에서 64조6000억원으로 증가하게 되는 것.
다만, 지방세가 확충될 경우 원칙을 갖고 국가보조금 등 중앙 의존재원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예컨대 지방 고유사무이거나 파급효과가 없는 서비스 공급비용은 원칙적으로 지방 자주재원으로 확충돼야 한다는 얘기다.
또한 동국대 곽채기 교수도 "지방소득세·소비세의 재원조달기능 확충을 통해 중앙정부의 세수가 추가적으로 지방으로 이양되기 위해서는 현재의 국고보조금 사업 정비 및 지방이양 노력이 함께 전개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방으로 이양되는 국고보조사업비 재원의 일정비율 이상은 반드시 국세의 지방세 이양을 통해 재원이양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명지대 임승빈 교수는 "지방에 기계적으로 교부금을 분배하는 것보다 재정의 성과급 인센티브 및 패널티제도를 확대해 지방간 경쟁을 유발할 필요가 있다"며 "예컨대 미국, 일본에서 실시하는 재정파산제도를 도입해 지방의 재정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임 교수는 "부동산을 근간으로 하는 세원은 국세로 전환하고, 소득을 근간으로 하는 종합소득세, 법인세는 지방정부 재원으로 해 토지공개념을 확립하고 지방정부의 일거리를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조세연구원 김정훈 재정연구본부장은 "중앙·지방 재원배분의 정책대안이 외형적 슬로건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며 "지방소비세는 사실상 '지방교부세의 단순화'인데도 지방소비세의 이름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이어 "수도권과 일반 도의 재정격차가 워낙 큰 데 이들을 하나의 '지방'으로 지칭해 '지방재정'이 열악하다고 표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광역시 및 일반 도의 재정이 열악하다는 인식에서 지방재정 개혁방안이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본부장은 "중앙·지방재원배분의 칸막이 극복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문제는 학계는 물론, 행정부, 국회, 청와대에서도 정책토론 및 결정의 평행선을 유지하고 있다"며 "지방 유형별 재정력의 큰 격차를 조화하는 법·제도적 장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