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설 명절 특별단속, 66개 업체·16억원 규모 위반
중국산 조기를 '목포 참조기'로 속여 팔거나, 아예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은 상태로 판매하는 등 원산지 표시 규정을 어긴 업체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관세청은 지난달 20일부터 설 명절 원산지 특별단속을 벌인 결과 원산지 표시규정을 위반한 66개 업체(16억원 상당)를 적발했다고 11일 밝혔다.
관세청에 따르면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거나 정확하게 표시하지 않은 59개 업체는 시정조치와 함께 과태료나 과징금이 부과됐고, 원산지를 오인·허위 표시한 7개 업체는 정밀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적발된 원산지 표시위반 품목 가운데 고등어가 45%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잣 15% ▲곶감 13% ▲버섯 7% 등 주로 제수용품으로 사용되는 농수산물이 90%를 차지했다.
위반 유형별로는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은 경우가 41건(61.2%)으로 가장 많았고 ▲부적정 표시 18건(26.9%) ▲허위표시 4건(5.9%) ▲오인표시 3건(4.5%) ▲원산지 표시 손상·변경 1건(1.5%)으로 집계됐다.
최근 사회적 비난의 강도가 높은 원산지 허위 표시보다는 아예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거나, 소비자가 오인하도록 애매하게 표시하는 지능적 수법이 늘어나고 있는 양상이라고 관세청은 설명했다.
적발된 장소는 대형마트와 전문점이 각각 28건(42.4%), 23건(34.8%)으로 가장 많았고, 수입업자 사업장 13건(19.7%), 기타 2건(3.1%) 등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대형마트의 수산물 코너 입점업체인 A수산은 중국산 조기를 중간 판매상으로부터 구입해 10~15마리씩 소매 포장하면서 목포 참조기로 둔갑시켜 판매하다가 현장에서 세관에 적발됐다.
수입곶감을 유통하는 B업체도 '남산골 곶감'이라는 문구를 새긴 중국산 곶감 60톤(2억원 상당)을 시중에 유통하려다가 광역기동단속반에 적발됐고, C물산은 중국산 잦 8톤(2억2000만원 상당)을 구입해 박스 단위로 포장하면서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고 식품가공업체에 납품하려다가 덜미를 잡혔다.
특히 D식품은 영국에서 수입한 197톤(6억6000만원 상당)의 냉동 고등어 포장박스에 '스코틀랜드산'으로 표시해 놓고, 식품위생법상 라벨링에는 '노르웨이'로 표시해 냉동 고등어 가공업체에 공급하려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스코틀랜드산은 1박스(22kg) 당 4만원~5만원대에 판매되고 있지만, 맛과 품질이 좋은 노르웨이산 고등어는 7만5000원에 이르는 점을 이용한 것.
이와 관련 관세청은 지속적으로 원산지를 이중 표시해 수입·유통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입업체를 대상으로 조사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이돈현 관세청 심사정책국장은 "설 명절 대목 시기에 수입산보다 국내산 제수용품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심리를 악용한 수입 먹거리의 원산지 표시위반이 여전했다"며 "특별단속 종료와 관계없이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국장은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먹거리 제품 중 수입물품의 원산지를 지역 특산품인것처럼 교묘하게 잘못 표시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원산지를 꼼꼼히 따져보고 물품을 구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