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회계 인력강화, 회계전문직 공무원 채용
정부 "향후 국가회계 별도조직도 필요할 것"
회계업계 "업무영역 확장에 기대감 충만"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가 국가 재정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국가회계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국가회계에 본격적으로 복식부기·발생주의 회계원칙을 도입한 데 이어 2012년부터 공인회계사시험(CPA) 과목에 '국가회계'를 추가하고, 국가회계를 전공한 회계전문직 공무원을 채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11일 밝혔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때 국가 자산 및 부채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해 국가회계를 개선할 필요성이 증대됐다. 또 예산 집행의 자율성과 재정수요 급증으로 제반 여건이 변화돼 국가회계의 중요성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
그러나 우리나라 국가회계는 상당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회계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 국가회계를 전공한 회계학자가 거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으며, 국가회계를 다루는 정부 인력도 사무관 2명에 불과할 정도로 열악하다.
이에 따라 국가회계 전문인력을 양성해 국가 재정운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정부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회계업계도 업무영역이 확장될 것이란 기대감에 환영하는 분위기다.
□ 국가회계 중요성 왜 부각?‥'외환위기'의 교훈= 우리나라 국가회계는 1960년대부터 최근까지 현금주의·단식부기를 원칙으로 운영돼 왔다. 현금주의·단식부기는 예산 집행실적을 명확히 제시해 예산을 통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1997년 외환위기로 현금주의·단식부기로 처리된 국가회계는 자산과 부채가 적시에 파악되지 않는 등 문제점을 드러냈다. 그래서 떠오르게 된 것이 발생주의·복식부기 방식의 회계원칙이었다.
정부는 지난 1998년부터 10년간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해 본격적으로 국가회계에 발생주의·복식부기 원칙을 도입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가회계는 회계전문인력들의 부족으로 새로운 국가회계 원칙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국가회계를 전공한 회계학자들이 거의 없을 정도로 국가회계 전문인력이 부족하다. 국가회계를 담당하는 공무원들도 회계사 1명을 포함한 사무관 2명에 불과할 정도다.
반면, 선진국 등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발생주의·복식부기를 국가회계에 도입했다. 미국은 1956년부터 국가 재무제표에 발생주의를 도입했고, 영국도 2001년부터 발생주의·복식부기를 원칙으로 국가회계를 작성했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OECD국가 중 15개국이 발생주의·복식부기 원칙의 국가회계를 도입하고 있으며, 정부 내 국가회계를 다루는 별도의 조직을 갖추고 있다.
□ 국가회계 강화 움직임‥CPA에 '국가회계' 과목 추가= 지난해부터 국가회계 원칙이 발생주의·복식부기로 변경됨에 따라 정부는 새로운 제도에 적응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특히 국가회계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우선 정부는 2012년 회계사시험부터 '국가회계' 과목을 추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신설될 경우 1·2차 시험 모두 국가회계 과목이 포함될 전망이다.
현재 미국 회계사시험에는 국가회계가 다뤄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국가회계를 비영리법인에 대한 회계처리로 다루고 있으며, 전체 시험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정부는 2012년부터 회계전문직 공무원을 계약직, 7급, 사무관급으로 선발하기로 했으며, 국가회계와 관련된 외부 컨설팅을 맡길 때에도 정부가 제공한 '국가회계' 교육이수 과정을 받은 회계사에게 용역을 줄 방침이다.
최근 정부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발생주의·복식부기 회계실무에 대한 사이버전문교육과정을 개설하는 등 국가회계에 대한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한편 중장기적으로 국가회계와 관련된 별도의 조직을 신설하고 인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정부조직이 확대된 상황이기 때문에 당분간 (국가회계 별도조직)은 어려울 것"이라며 "그러나 해외사례를 보더라도 미국, 영국, 캐나다 등 OECD내 15개 국가가 정부내 국가회계 조직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 회계업계 "업무영역 확대에 '환영' 분위기"= 정부가 회계사 시험에 '국가회계' 과목을 추가하는 등 국가회계를 다루는 회계전문인력을 양성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회계업계는 대부분 환영하는 분위기다.
회계사 시험에 합격하고도 수습받을 곳을 찾지 못해 또 다시 실업자로 전락하고 있는 현실에서 업무영역을 넓힐 수 있고, 남아도는 회계인력을 정부에서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동국대 김갑순 교수는 "회계사 시험에 국가회계를 추가하는 것에 대해 환영한다"며 "더구나 회계전문인력을 공무원으로 채용하는 것은 회계사 시험에 합격하고도 취업을 못하는 인력들을 흡수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한 회계학과 교수도 "정부에서 회계사 시험에 국가회계를 추가하는 것은 회계업무를 확장하는 일이기 때문에 우리가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회계사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올해 회계사시험부터 국제회계기준(IFRS)이 추가되는데 또 다시 국가회계까지 추가된다는 것에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수험생은 "정부가 회계전문인력을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채용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당장 국제회계기준을 준비하는 것도 어려운 데 국가회계까지 추가로 공부해야 한다면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용어해설)현금주의·단식부기와 발생주의·복식부기= 현금주의는 현금수수시점에 거래를 인식하는 것이고, 발생주의는 현금수수와 관계없이 경제적사건이 발생한 시점에 인식한다. 단식부기는 현금의 유·출입이 있을 때마다 장부에 기록하는 방식이며, 복식부기는 재산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거래를 파악해 재산이 변화한 원인과 그로 인한 결과를 모두 기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