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세 과세체계 용역보고서 나와야 논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 24일 조세소위원회를 열고 미용목적의 성형수술 비용 등에 부가가치세를 과세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논의했으나, 어떤 결론도 내리지 못했다.
25일 기획재정부와 기획재정위에 따르면 미용목적 성형수술 비용 등에 부가세를 과세하는 방안은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합의하지 못해 2월 임시국회 때 재논의하기로 결정한 사안이다.
이런 이유로 지난달 중순 정부가 2009년 세제개편안에 대한 후속조치로 세법시행령을 개정할 때에도 미용목적 성형수술 비용 등에 부가세를 과세하는 방안만 빠졌다. 그러나 2월 국회에서도 당초 계획과 달리 결론을 내리지 못하게 된 것.
재정부 관계자는 "국민에게 부담이 되는 것(부가세 과세대상 확대)을 왜 시행령에 넣어야 하는지에 대한 얘기가 있었다"며 "현재 부가세법 과세체계를 전반적으로 보기 위해 용역을 줬고, 용역결과가 나와야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용목적 성형수술 비용에 부가세를 과세하는 방안은 시행령 개정 사안으로 정부의 재량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논의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일부 재정위원이 과세대상을 법률로 정하는 것이 조세원칙이기 때문에 부가세 과세대상을 현행처럼 시행령으로 정하는 것이 나은지, 법률로 정하는 것이 나은지를 논의하자는 문제를 제기해 결정이 유보됐다.
현재로서는 재정부가 발주한 용역결과가 나와야 국회에서 본격적인 재논의가 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사실상 부가세 과세대상 확대는 잠정 '연기'된 상황이다.
□ 미용목적 성형수술 부가세 과세‥9년째 '표류'= 재정부가 미용목적의 성형수술 비용에 부가세를 과세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은 9년 전인 2002년 세제개편안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당시 성형외과 등 이해단체의 반대에 의해 3개월만에 무산됐다.
이후 지난 2009년 세제개편안에 또 다시 미용목적 성형수술 비용에 부가세를 과세한다는 내용이 발표됐다. 수의사의 애완동물 진료용역, 무도학원, 자동차학원 등에도 부가세를 과세하겠다는 내용도 추가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또 다른 이유로 국회에서 발목이 잡히게 됐다.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부가세 과세대상을 시행령에서 만드는 것보다 법률로 상향입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재정위원의 의견이 제시돼 재정위 조세소위에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조세소위에서 쟁점이 됐던 사안은 부가세 과세대상을 현행 시행령에서 법률로 상향 입법할 것인지, 면세대상인 미용목적 성형수술 비용 등을 부가세 과세로 전환할 것인지 등 크게 두 가지.
일부 위원은 부가세법 면세대상을 시행령에 넣고 과세대상을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재정부는 부가세는 원칙적으로 모든 품목이 과세이기 때문에 이를 법에 일일이 열거하는 것이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또 대부분의 위원들은 총론으로 부가세 과세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에 찬성했지만, 각론으로 운전학원은 필수적인 항목이라는 이유로, 수의사의 애완동물 진료용역은 경제상황이 어렵다는 이유로 과세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당시 조세소위에서 "위원들이 이렇게 강력하게 반대하는데 재정부에서 시행령을 개정할 수 있을까"라는 얘기가 나왔을 정도로 부가세 과세대상 확대에 대해 반대의견을 가진 위원들의 목소리가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 "부가세 과세체계 용역보고서 보고 논의하자"= 부가세 과세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은 이해당사자의 '조세저항' 가능성이 높고, 정치적 수단으로도 이용되는 등 걸림돌이 많다. 조세소위 위원별로도 '운전학원은 안 된다' 또는 '미용목적 성형수술 비용만은 안 된다'는 식으로 각자의 이해관계에 맞게 찬반을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표면적으로는 부가세 과세체계가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부가세 과세대상을 늘리는 문제가 잠정 연기된 상황이다.
부가세는 원칙적으로 모든 품목에 과세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면세되는 대상만 12조에 정해놓고, 구체적인 면세대상을 시행령에 열거하고 있다. 면세대상을 과세대상으로 전환하려면 시행령에 과세대상만 뽑아 규정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부가세법 12조에는 의료보건용역과 교육용역을 면세대상으로 정하고 있는데, 미용목적의 성형수술 등을 과세로 전환하려면 시행령에 '12조에도 불구하고 해당내용은 과세된다'는 내용을 신설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재정위에서는 부가세 과세대상을 시행령에 정하는 것은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나기 때문에 면세대상을 시행령에 넣고, 과세대상을 법에 넣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럴 경우 부가세 과세체계를 전반적으로 바꿔야 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 재정부의 입장이다. 또 부가세 면세항목을 국제기준에 맞게 단계적으로 개편하려는 작업도 차질이 빚어진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입장차가 있기 때문에 부가세 과세대상을 확대하는 일은 쉽게 진행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단 부가세 과세체계를 연구한 용역보고서가 나와야 부가세 과세대상에 대한 논의를 시작될 수 있다는 사실 외에는 모든 것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