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령해석 사건을 소액심판사건으로 단순처리
선결정례 검토 안 해, 기각·인용 반복되기도
국무총리실 산하 조세심판원이 행정편의주의적 사건처리로 스스로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감사원의 지적이 제기됐다.
감사원은 23일 조세심판원에 대한 '세정신뢰도 개선실태' 점검 결과 조세심판원이 1세대 1주택 비과세특례 관련 심판결정과정에서 법령해석을 해야할 사건을 심판관회의도 거치지 않는 단순 소액심판사건으로 처리하고, 사건조사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는 선결정례를 검토하지 않는 등 심판업무를 부적정하게 처리했다고 지적했다.
국세기본법에는 심판청구금액이 3000만원 미만으로 청구사항이 법령의 해석에 관한 것이 아닌 경우나 법령해석에 관한 것이지만 유사사례에 대한 과거 결정례가 있는 경우에만 조세심판관회의의 심리를 거치지 않고, 주심조세심판관이 단독으로 소액심판사건으로 결정할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조세심판원은 2006년 말 동일 세대원으로부터 주택을 상속받은 후 일반주택을 양도하는 경우 1세대 1주택 비과세 특례적용을 받지 못해 불복을 제기한 A씨의 심판청구사건에 대해 과거 명문규정이 없어 기각결정시에는 심판관회의에서 결정해야 함에도 소액심판사건으로 처리했다.
선결정례가 없거나 법에 명시규정이 없는 경우 법령해석이 필요한 만큼 소액심판사건으로 결정해서는 안되지만 조세심판원은 이를 심판관회의에 부의도 하지 않았고, 단순 소액심판사건으로 처리, 기각 결정했다.
조세심판원은 또 '국세심판업무편람'에 따라 사건조사표를 작성할 때에는 해당사건과 유사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례나 선결정례 등을 조사해 그 요지를 적고, 경우에 따라서는 전문을 게재해야하지만 일부사례는 조사보고하고, 일부사례는 누락하는 등 선결정례 조사를 충실히 하지 않았다.
문제는 스스로 선결정례를 제대로 하지 않았으면서 선결정례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결정을 내린 사례도 발견됐다는 점이다.
심지어는 청구인인 납세자가 불복이유서에서 동일한 사건에 대한 과거 조세심판원의 인용결정문을 첨부했음에도 이를 적용할 수 없다고 보고 해당 선결정례에 대한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선결정례를 검토하는 조세심판원 행정실의 안이한 업무행태도 문제로 지적됐다.
2006년 행정실 조정담장자 B씨는 동일 세대원 비과세특례 적용과 관련해 2005년 동일한 심판결정이 있었음에도 이를 놓치고, 선결정례와 상충되는지 제대로 검토도 하지 않은 채 '이견 없음'으로 조정검토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했고, 이후 2007년 동일한 내용의 사건에 대해서도 2006년과 같이 '이견 없음'으로 작성·보고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B씨의 잘못된 보고를 담당계장인 행정실 C계장은 제대로 된 보고서인지 검토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결재해줬다는 점이다.
특히, C계장은 동일 세대원 비과세특례 적용과 관련한 2007년 심판청구사건에 대해 선결정례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의 예규가 다르다는 이유로 상임심판관회의까지 열어 인용결정된 조정검토보고서를 직접 결재까지 했으면서도 동일한 내용이지만 이와는 전혀 다르게 결정한 사건의 조정검토보고서도 그대로 결재했다.
이에 따라 동일 세대원 1세대 1주택 비과세 특례 적용과 관련한 심판청구사건들은 인용→기각→인용→기각→인용으로 4번이나 번복되는 결과를 낳았다.
감사원은 "조세심판원장은 앞으로 선결정례에 대한 검토소홀로 유사사례를 상이하게 결정함으로써 조세심판의 신뢰성이 저해되는 일이 없도록 심판업무를 철저히 하라"며 관련자 주의를 통보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