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학회 춘계학술대회 논문-점진적 탄소세 도입 주장
가격경쟁력 상실에 대비 시간적 여유 필요하다
국내에 탄소세가 도입될 경우 서비스산업보다는 제조업의 가격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제조업 중에서도 시멘트, 석유화학, 철강 등 에너지소비가 큰 산업의 가격경쟁력이 크게 상실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김성태 청주대학교 교수, 임병인 충북대학교 교수, 강만옥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은 26일 재정학회 춘계학술대회에 앞서 공개한 연구논문 '탄소세 도입이 산업별 가격경쟁력에 미치는 효과 분석'에서 이 같은 전망을 내놓았다.
연구진은 탄소세 도입의 파급효과를 효율성 측면에서 분석하기 위해 이 논문을 기획했으며, 산업별 가격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해왔다.
특히 이산화탄소 배출에 가장 강하게 탄소세를 부과하는 EU의 방안을 시나리오3, 가장 온건하게 대응하는 일본의 방안을 시나리오2, 중간에 있는 우리나라 탄소세 도입방안을 시나리오1로 정해 각각의 결과를 도출, 이를 비교분석하기도 했다.
논문은 탄소세 도입으로 생산자물가가 가장 많이 높아지는 제품은 시멘트와 콘크리트 제품(1.835%)이었다. 그 뒤를 석탄제품(1.330%), 운수(1.316%), 펄프 및 종이제품(1.199%), 철강제품(1.192%), 석유화학제품(1.064%)가 차례로 이었다.
반면, 금융·보험, 부동산·사업서비스, 교육·보건, 통신·방송산업의 경우 탄소세 도입에 따른 예상 생산자물가상승률은 0.203%~0.308% 정도로 크게 낮았다.
탄소세 도입이 생산자물가 상승률에 미치는 영향을 각 시나리오별로 살펴봤을 땐 시나리오3이 모든 산업의 가격경쟁력을 가장 크게 상실시키는 것으로 파악됐다.
운수업의 경우 시나리오1의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1.316%, 시나리오2는 0.234%, 시나리오3은 1.888%로 나타났다. 철강제품의 경우엔 시나리오1은 1.191%, 시나리오2는 0.236%, 시나리오3은 1.39%로 유럽식 탄소세 부과 방안이 산업에 가장 큰 영향력을 줌을 입증했다.
탄소세는 소비자물가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탄소세 도입의 소비재별 물가 파급효과를 살펴보면, 주거비 상승률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가구·집기·가사용품, 광열·수도, 교통·통신, 교양·오락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보다 높게 나왔다.
구체적으로 주거비 상승률은 시나리오1의 경우 1.02%, 시나리오2는 0.18%, 시나리오3은 1.42%로 예상됐다. 가구·집기·가사용품의 물가상승률은 시나리오1의 경우 0.9%, 시나리오2는 0.16%, 시나리오3은 1.1로 추정됐다. 식료품 물가상승률의 경우엔 시나리오1 0.7%, 시나리오2 0.13%, 시나리오3 1.01%로 파악됐다.
이밖에 탄소세 부과에 따른 생산액 감소와 관련해서는 시나리오3(21.6조원), 시나리오1(16.9조원), 시나리오2(3.1조원) 순이었던 것으로 평가됐다.
이 같은 결과를 두고 연구진은 "탄소세 도입 시 우리나라가 현재 고려하고 있는 방안을 그대로 따를 경우 산업별 가격경쟁력을 크게 상실시킬 수 있다"며 "점진적으로 탄소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해 관련 산업이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를 갖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이 202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치를 확정·발표한 것과 관련해 "(남은 기간이) 짧다고는 하겠지만 비교적 대비하기에는 적절한 것으로 사료된다"며 "이제라도 탄소세 도입 일정을 명확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