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들 "현실성 없어 누가 참여하겠나" 비판
국세청 "찬성하는 세무사들도 많아" 운영에 문제없어
국세청이 생계형 신규창업자 지원을 위해 4월부터 맞춤형 무료세무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창업자 세무멘토링제'를 실시한다고 밝혔으나 정작 현장에서는 실현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국세청이 발표한 세무멘토링제도는 일선 세무서 직원 1명과 지역 세무사 1명으로 구성된 세무도우미가 신규사업자에 대해 사업자등록부터 최초 종합소득세 신고 때까지 최장 1년 5개월여 동안 무료로 세무대리를 해주도록 하고 있다.
특히 인·허가 및 4대보험신고, 사업자등록 등 창업준비단계에서부터 간편장부작성요령, 부가가치세·종합소득세 전자신고방법 등을 창업자 스스로 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갖추도록 교육을 해주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문제는 이런 무료 프로그램들이 사실상 일선 세무사들이 현재 유료로 진행하고 있는 서비스라는 점이다.
일선에서 활동중인 한 세무사는 "기장대리를 공짜로 해주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미래를 내다보고 영업차원에서 해보려는 세무사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영세사업자가 대상인 만큼 향후에도 별 도움이 안 되는 일에 얼마나 나설 지 궁금하다"고 세무사 확보문제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 다른 세무사는 "신규 세무사나 소규모로 사무실을 운영하는 세무사들에게는 기장대리 업무가 주요 수입원인데 일부 수입원이 줄어든 거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창업자의 입장에서도 쉽게 제도에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서비스에 나설 세무사도 없을 뿐만 아니라 서비스를 받을 사람도 없을 수 있다는 것.
서울에서 세무대리업을 하고 있는 한 세무사는 "사업자가 스스로 할 수 있을 정도로 가르쳐야 한다는데, 세무회계 지식이 없는 영세사업자가 장부 작성할 수 있게 복잡한 것을 세무사가 가르친다고 바쁜 시간에 직접 하려고 하겠냐"며 "결국 돈을 주고서라도 세무사에게 맡기려고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세무멘토링제도의 발표과정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국세청은 세무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한국세무사회와 업무협의를 거쳤다고 하지만, 일선 세무사들은 사전에 논의가 없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세무사들의 밥줄(?)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한국세무사회 본회와 국세청간의 논의는 있었지만 당사자인 세무사들 사이에서의 논의는 활발하게 진행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국세청이 제도시행을 위한 보도자료를 배포한 날은 지난 6일이지만, 한국세무사회에 관련 공문을 보낸 것은 불과 일주일 전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같은 날 열린 세무사회 상임위에서도 이에 대한 공지만 됐을 뿐 누구하나 의견을 제시하는 상임위원이 없었다는 후문이다.
세무사회 본회 관계자는 "지방세무사들은 아직 모르고 있다. 지방세무사회장들에게 공문을 보낼 것"이라며 "국세청이 세무서나 지방청 등을 통해 지역 세무사회에 희망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하는 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지방세무사회 관계자는 "멘토링제도 얘기가 전해지면서 회원들에게 참여의사를 타진해 봤는데, 지금 하고 있는 영세납세자지원단들조차도 (세무멘토링에) 다시 참여한다는 사람이 아직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하지만 국세청은 충분하고도 원만한 협조를 통해 이 제도를 정착시켜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영업을 위해 발로 뛰는 세무사들에게는 이번 세무멘토링제도가 오히려 세무사들의 수입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세청 관계자는 "세무사회와 의견조율을 하는 과정에서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 찬성하는 세무사들도 많았다. 일선 세무관서별로 세무사회가 있기 때문에 협조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며 "제도가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결국 영세 창업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세청은 지난해 5월부터 운영, 올 4월말 해단 예정인 영세납세자지원단을 포함, 일선세무서와 지방국세청을 통해 추가지원자를 받아 참여 세무사를 1000명으로 확대, 5월부터 세무멘토링제를 본격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