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고 물가도 불안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세계 경기의 회복세와 맞물려 원자재 가격 강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경기 정상화 국면에서 만만치 않은 복병을 만났다고 우려했다.
◇원자재값 '벌써 위기 이전 수준' 복귀
우선 일상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유가가 사실상 경제 위기 이전 수준으로 복귀했다. 유가 부담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12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석유공사,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4월 첫째 주 전국 주유소의 보통휘발유 평균가격은 ℓ당 1천709.72원으로 2008년 10월 둘째 주 1천714.60원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8주째 상승세인 보통휘발유 가격은 3월 넷째 주부터 ℓ당 1천700원대에 진입했다. 1년여 전인 2009년 4월 첫째 주 보통휘발유 가격이 ℓ당 1천543.95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유가 급등세를 실감할 수 있다.
자동차용 경유의 ℓ당 1천486.53원으로 2008년 10월 다섯째 주 1천512.04원 이후 가장 높았다. 작년 같은 시기에는 1천316.97원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3월 원유 수입은 도입 단가가 전년 동월보다 무려 69.2%나 오르면서 도입 금액도 51억2천만달러로 81.5% 늘었다. 3월 평균 도입 단가는 배럴당 77.3달러로 전년 동월의 45.7달러에 비해 69.2% 올랐다.
유가 전망 또한 계속 상향 조정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영국세계에너지연구소(CGES)는 3월 보고서에서 올해 평균 유가를 배럴당 75.8달러로 전월 전망 대비 3.8달러를 올렸다. 그만큼 향후 국제 유가가 수요 급증으로 추가로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는 말이다.
3월에 철광석과 구리, 아연, 니켈 등 6대 전략광물 가운데 4개 품목 가격은 3~18% 상승했다. 철광석의 지난달 평균 판매가격은 2월보다 3.6% 상승한 t당 137달러를 기록했고, 구리는 전월 대비 9% 오른 t당 7천463달러였다.
이에 따라 3월에 비철금속제품 수입액은 작년 3월보다 78.7%나 늘었다. 동괴와 알루미늄 수입액은 각각 54.9%와 141.2%가 증가했다.
한편 3월 30개 주요 수입원자재 가격 흐름을 보여주는 한국수입업협회(KOIMA) 지수는 296.87로 2월보다 14.05포인트 상승하면서 지난 2008년 9월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원자재값 상승 이어진다…정부 대책 고심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전문가 또는 전문기관들이 원자재 가격 급등이 단발성이 아닌 올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통화신용 정책 보고서'에서 물가가 당분간 2%대 중반의 상승률을 보이겠지만 하반기 이후에는 국제원자재가격 상승과 경기 회복 등으로 상승압력이 다소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재정부 또한 그린북을 통해 국제유가가 경기 회복 기대감 및 유럽발 금융불안 완화로 상승세를 보이는 등 유가.철강 등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불안 요인이 잠재한다고 우려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경제동향에서 원유 및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유지되고 세계적인 실물 경기 회복세가 가시화되면서 최근 주요국의 물가 상승세는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김준한 포스코경영연구소 소장은 투기자본 유입 등에 따라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각국의 수출 총력에 따른 무역 마찰이 증대해 올 하반기에 국내 경기가 재침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같은 우려는 실제 산업 현장에서도 포착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철강 제품의 제조원료인 철광석, 유연탄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철강사들이 지난 1일부터 철강 제품 가격을 올려 건설, 조선, 자동차, 가전 등 다른 업계로 여파가 확산되고 있다.
현대제철은 이달 1일 출하분부터 H형강 등 봉.형강류 제품을 t당 5만원 올렸고 동국제강도 철근(고장력 10㎜ 기준)과 H형강 가격을 각각 5만원씩 높였다.
이에 따라 정부는 경기 회복세 지속을 위해선 원자재 가격 관리가 시급하다는 판단 아래 가격 동향 점검과 수입자금 지원을 검토 중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최근 국제 원자재 가격이 세계 경기 회복과 맞물려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국제 원자재 가격의 변동에 취약하기 때문에 원자재 수입 자금 지원과 원자재 관련 금융을 강화하고 원자재 방출 확대 및 재고 확보 등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