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컨설팅 싫은 회계사…어쩔 수 없는 '세금맨'
'세무 제대로 아는 회계사'라는 평가 꼭 받을 터
내로라하는 변호사들이 즐비한 법무법인 율촌 조세그룹에서 송상우 공인회계사는 가장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또 가장 자주 눈에 띄는 사람으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송 회계사는 율촌이 수임한 수많은 사건의 해결과정에서 전면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밖에서 그를 주목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의 손을 거치지 않는 사건 또한 별로 없다. 이 때문에 율촌 내부회의에서 가장 자주 눈에 띄는 사람은 그다.
조세소송은 물론이고 모든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다 보니 율촌 사람들은 "송상우 회계사가 바빠야 율촌이 산다"고 입을 모은다. 그만큼 그의 역할이 막중하다.
법무법인 율촌 조세그룹에서 송 회계사가 맡는 역할은 조세자문팀장. 세금문제는 조세사건이 아니더라도 어느 경제활동과 관련되기 때문에 세금과 전혀 동떨어진 사건에서도 세금문제만 불거지면 송 회계사부터 찾는다.
송 회계사는 "합병문제에도 회사직원들을 주고받을 때 세금문제가 나오고, 합병방법에 따라 세금문제가 달라지기도 한다"며 "회사 구조조정문제나 라이센스 계약에도 세금문제가 있지만, 하다 못해 사소한 용역비나 차명문제 해소에도 증여세 등 세금문제가 얽힌다"고 말한다.
특히 조세소송과 관련해서도 법정에서 주장할 논리를 준비하면서 이런 주장을 할 때의 예상결과와 저런 주장을 할 때의 예상결과를 따져보는 것도 그의 몫이다. 심지어 자산 등의 가격평가문제까지 관여하는 등 그는 율촌에서 약방의 감초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법무법인 율촌 조세그룹이 수행한 조세소송에서 놀라운 승소율을 올리는 것은 그가 모든 사건을 뒤에서 알게 모르게 받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율촌 사람들은 송 회계사에 대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 회계감사·컨설팅업무 싫어 회계법인 뛰처나와
그가 이처럼 최강 율촌 조세그룹에서도 늘 불려 다닐 만큼 세금업무를 잘하게 된 것은 다른 조세전문가와는 달리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에서 체계적인 학습과정을 거친 것도 한 몫 했다.
대학 재학시절 공인회계사 자격시험에 일찌감치 합격해 국내 최대 회계법인인 삼일회계법인에 졸업 직후 들어갔지만,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는 세금문제에 대한 업무에만 전념하는 현재의 생활이 훨씬 더 즐겁다고 말한다.
그는 "회계감사업무를 하다 보면 피감회사에서 작년에는 이렇다고 해서 믿었는데, 그 다음해에는 이야기가 틀려서 따져보면 '작년엔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말했다'고 하니 배신감을 느낄 때가 많았다"고 했다.
또 컨설팅업무도 열심히 한다고는 했지만 스스로 생각해도 만족하지 못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았고, 결국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것.
그는 "컨설팅업무라는 것이 뾰족한 답이 늘 나오는 것이 아니다"며 "컨설팅업무는 어떻게 치장하느냐의 문제다. 별 것 아닌 답을 내놓고도 번지르르하게 말하면 고객들이 좋아한다. 결국 거짓말을 잘해야 컨설팅업무를 잘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싫었다"고 했다.
지난 2002년부터 그의 2년 동안의 미국 유학시절 로스쿨에서의 공부는 조세소송과 관련해 법정에서 주장할 논리를 치밀하게 준비하는데 큰 밑거름이 됐다.
그는 "미국 로스쿨에서의 수업은 항상 전투태세다. 한가지 문제에 대해 교수와 학생 그리고 학생끼리도 인위적으로 그룹을 나눈 뒤 서로 상대의 약점을 논리적으로 공격하는 수업을 한다"며 "논리를 따질 때 미국에서의 공부 경험이 실제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 '조세를 제대로 아는 회계사'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
송 회계사에게는 '세무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은 작은 꿈이 있다.
그는 "사실 변호사들은 한국에서 세무 좀 한다는 사람이 누구누구라고 알려져 있는데, 세무와 좀 더 가까운 회계사의 경우 세무 좀 한다고 알려진 사람이 너무 없는 실정"이라고 아쉬워했다.
또 "고객들 중에는 관 출신에 대한 가치를 너무 높게 평가해주는 부분이 있다. 중요한 것은 누가 더 전문성을 바탕으로 촘촘한 논리를 만들어내는 것 아니냐"며 "죽을 때까지 같이 살아가야 할 것이 조세인 만큼, 조세를 제대로 아는 회계사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했다.
수개월간 밤잠을 설치며 고객들에게 이익이 되는 합리적인 거래구조를 1안부터 몇 안까지 마련하는 송 회계사. 그 노력이 극히 사소한 고객사정으로 수포로 되는 아쉬움이 클지라도, 그가 또 새로운 일에 매달려 집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송상우 회계사는…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에서 세법학을 체계적으로 완성한 흔치 않은 조세전문가로 대학 재학시절 공인회계사 자격시험에 합격한 수재다.
졸업 후 국내 최대회계법인인 삼일회계법인에서 조세실무를 담당했으며, 조세실무능력을 법학측면에서 더 보완하기 위해 숭실대학교 법학과에 편입할 만큼 조세에 대한 일 욕심이 강하다.
삼일회계법인에서 조세업무가 아닌 회계감사와 컨설팅업무부서로 자리를 옮겨놓자 회계법인을 뛰쳐나오기까지 했다.
2003년 미국으로 건너가 서던메서디스트대학교 데드맨법학대학원과 노스웨스턴대학교 법학대학원을 수료했으며 여기서 조세분야 법학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공인회계사 그리고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도 갖고 있는 국내에서는 흔치 않는 공인회계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