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배기량' 기준→CO₂·연비 기준으로 전환
전기車에 경차수준 세율…하이브리드車는 예외없어
자동차를 소유한 사람에게 연간 3조원이 넘는 세금을 거두고 있는 자동차세 체계가 전면 손질된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세제개편안은 현재 배기량(cc)에 따라 일정 세율로 부과되는 자동차세 구조를 CO₂배출량이나 연비 기준으로 바꾸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4일 행정안전부가 한국조세연구원에 의뢰한 '친환경 자동차세제 개편방안' 연구용역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제도개편 이후 새로 등록하는 비영업용 승용차에 대해 이 같은 세제를 적용할 예정이다.
EU(유럽연합) 17개 회원국 등 주요 국가들이 CO₂ 배출량을 감축시킬 목적으로 자동차 세제를 환경 친화적으로 개편하고 있는 추세인데, 이를 국내에 도입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겠다는 것.
정부는 이날 한국거래소에서 공청회를 열어 학계와 자동차·에너지·환경 등 유관 업계의 의견을 수렴한 후, 최종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 우리나라 자동차세는 '배기량'…외국은 이미 '친환경'= 우리나라는 자동차를 보유한 사람에게 매년 6월과 12월에 두 번 자동차세를 부과한다.
정부는 지난해 총 3조2930억원의 자동차세를 거뒀고, 이 가운데 비영업용 승용차가 3조1490억원으로 95.6%를 차지했다. 지난해 기준 자동차 보유는 1733만대(승용차 1302만대), 1년간 생산된 자동차는 351만대 수준이다.
비영업용 승용차는 배기량에 따라 ▲800cc 이하 cc당 80원 ▲1000cc 이하 cc당 100원 ▲1600cc 이하 cc당 140원 ▲2000cc 이하 cc당 200원 ▲2000cc 초과 cc당 220원의 세금이 부과되며, 자동차세액의 30%는 교육세(Sur-tax)로 추가 부담한다.
배기량 기준으로 자동차세를 매기는 우리나라와 달리 외국에서는 자동차로 인한 환경오염비용을 세금에 반영시키기 위해 관련 세제를 환경 친화적으로 개편하는 추세다.
기존 세제에 저공해차량에 대한 세제혜택을 도입하거나, 오염물질 배출량을 과세표준으로 설정하는 방식으로 개편되고 있다.
특히 EU는 새로 출고되는 자동차의 CO₂배출량을 낮추기로 합의했으며, 2009년 현재 17개 회원국이 CO₂나 연료효율 기준으로 자동차 세제를 도입하고 있다.
□ 새로운 자동차세제 골격은?…CO₂·연비의 '구간별 정액제'= 연구용역을 담당한 조세연구원 김승래 박사는 우선 자동차 세수의 95%를 차지하는 비영업용 승용차에 대해 현행 배기량이 아닌 CO₂배출량이나 연비를 기준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도가 개편되면 신규로 등록되는 차량에 대해서만 적용하고, 현재 등록돼 있는 차량은 기존의 배기량 기준 세제에 따라 과세하기로 했다.
새로운 세제가 도입되더라도 하이브리드차는 일반 차량과 동일한 과세기준을 적용하고, 전기차는 초기 단계에 경차수준(8만원~10만원)의 세율로 과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전기차의 경우 향후 배터리 가격인하나 충전소 설치 등 인프라 구축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이 같은 최저수준의 세율을 적용하고, 2015년 이후에는 전력사용량에 따라 과세체계를 개편하기로 했다.
과세구간은 2009년 평균 CO₂배출량이나 연비를 기준으로 세액구간을 4개, 7개, 11개로 구분해 구간별로 부과세액을 차등 설정하고, 2년 단위로 개편시기를 정했다.
세율은 구간별 정액제 부과방식을 택해 CO₂배출량과 연비에 따라 세율구간을 구분하고, 구간별로 일정 세액을 적용한다.
구체적인 세율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차량의 CO₂배출량이 평균 이하 정도보다 많은 구간은 5%, 10%, 15% 등으로 세부담에 가중치를 두고, CO₂배출량이 적은 차량은 그만큼 세액을 깎아주는 방식이다.
□ 경차 세부담 줄고, 대형차·수입차는 늘어날 듯= 자동차세제가 '친환경'으로 개편되면 CO₂배출량이 적고 연비가 좋은 경차는 세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관리공단의 연비등급 및 CO₂배출량 자료에 따르면 배기량 1000cc 이하의 경우 대부분 1등급 수준인 120~130g/km 이하를 배출했다. 반면 연비 5등급 차량의 대부분인 국산 대형차나 수입 대형차는 CO₂배출량이 280g/km 이상이었다.
이번 세제개편은 '세수중립적'으로 설계할 방침이기 때문에 CO₂배출량이 적은 경차 등은 세부담이 줄어드는 반면, CO₂배출량이 많은 차의 소유주는 그만큼 세금을 더 내야한다.
평균치와 비슷하거나 한 단계 낮은 구간에 있는 자동차는 세부담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김승래 박사는 "과세구간을 세분화할수록 CO₂배출량이 많은 차량의 세부담이 더욱 증가하기 때문에 세제개편 초기에는 현실성 있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개별차량의 급격한 세액변화를 방지하기 위해 세부담 상한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