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과실치사죄 공동 정범으로 판단 어려워
임성근 등 3명 불송치 결정…현장지휘관 6명 송치
민주 "꼬리 자르기 수사 결과…'답정너'식 불송치 결정"
"특검 당위성 선명하게 보여줄 뿐"
군인권센터 "임성근 변론 요지서 낭독…'강한 특검법' 필요"
◆…8일 오후 김형률 경북경찰청 수사부장이 해병대 채상병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된 임성근 전 해병대 사단장에 대해 경찰이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했다.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는 8일 언론브리핑을 통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포함해 7포병대대 정보과장 및 통신부소대장 3명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해병대 1사단 7여단장 등 현장지휘관 6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신속기동부대장인 7여단장, 제11·7포병 대대장, 7포대대 본부 중대장, 본부중대 소속 수색조장, 포병여단 군수과장이 그 대상이다.
경찰은 '해병대원 사망사고'의 직접 원인으로 제11포병 대대장이 임의로 수색 지침을 변경했다는 점을 지목했다. 경찰 관계자는 "포병11대대장이 사실상 수중 수색으로 오인하도록 지시한 게 주요 원인이 됐다"라고 밝혔다.
사고 당일 수색 지침은 '수중이 아닌 수변에서, 장화 높이까지 들어갈 수 있다'는 내용이었으며, 이후에도 변경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도 사고 전날인 지난해 7월 18일 오후 9시 30분께 포병여단 자체 결산 회의에서 대대장 중 선임인 제11포병 대대장은 "내일 우리 포병은 허리 아래까지 들어간다. 다 승인받았다"라고 사실상 수중 수색으로 오인케 하는 지시를 해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임 전 사단장으로서는 제11포병 대대장과 직접 소통하고 지시하는 관계가 아니었으며, 비록 부하들에게 작전 수행을 지적하고 질책을 했어도 제11포병 대대장이 임의로 지침을 변경할 것을 예상할 수 없었기에 그에게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언론 등이 임 전 사단장에게 제기한 각종 의혹에 대해 경찰은 ▲사단장 명의의 단편명령서 하달 ▲늦은 작전 투입 질책 및 수변 수색 지시 ▲바둑판식 수색 지시 ▲언론 스크랩된 '수중수색 사진 1장'을 카톡 보고받은 후에도 미조치 ▲화상회의에서 '가슴장화' 지원 지시 ▲구명조끼 미준비 등 9가지로 정리했다.
하지만 경찰은 모두 임 전 사단장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결론내렸다.
경찰은 임 전 사단장이 업무상과실치사죄 공동 정범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봤다.
그에게 작전통제권이 없어 사전 위험성 평가의무'가 없으며, 수색 작전과 관련한 그의 지시들은 '월권행위'에 해당할 뿐 형법상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경찰은 "임 전 사단장의 작전 관련 지시는 소방 측과 협의된 수색지침을 충실히 수행하라는 취지 하에 이뤄진 것들로 기존 지침을 변경하거나 새로운 내용의 지시를 한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수변으로 내려가 바둑판식 수색하라'는 지시는 "수색지침대로 군사교범상 의심지역 집중수색 방법인 바둑판식으로 꼼꼼하고 면밀히 수색할 것을 강조한 것"이라며 "현장지도 과정에서 임 전 사단장의 작전수행 관련 지적과 질책에 따른 부담감이 있었음이 일부 확인되나 이를 이유로 포C대대장의 임의적인 수색지침 변경을 예상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사고 당일 '장화 높이 수중 수색' 사진을 촬영해 보도한 언론 기사 스크랩을 보며 "훌륭하게 공보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구나"라고 한 것은 전체 문맥상 공보 활동과 관련한 당부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당시 임 전 사단장이 지난해 7월19일 당해 사진 1장이 포함된 총 12장 사진을 함께 카톡으로 받았는데 이 언론스크랩은 일상적으로 오전 7시께와 오후 9시께 해병대 관련 언론기사 링크를 모아서 사단장, 여단장 및 대대장 등 지휘부 다수에게 전파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보고받은 1장의 수중수색 사진은 수색지침을 잘못 이해한 포병대대장이 1시간가량 일시적으로 장화높이 수중수색을 할 때 언론에서 촬영해 보도된 것"이라며 "이후에는 그런 수색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경찰은 해병대 1사단 7여단장을 포함해 제11·7포병 대대장, 7포대대 본부 중대장, 본부중대 소속 수색조장, 포병여단 군수과장 등 현장 지휘관 6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송치하기로 했다.
경찰은 7여단장이 회의 결과를 조금 더 상세하고 정확히 설명 및 지시했어야 하며, 기상상황과 부대별 경험을 고려해 작전 배치를 하는 등 세심한 관리 감독이 있음에도 소홀히 했다고 봤다.
김형률 경북경찰청 수사부장은 "'수색 지침'에 대한 불명확한 설명과 소통 부족, 소극적 지시가 종합돼 제11포병 대대장이 '사실상 수중 수색으로 오인케 하는 지시'인 임의적 수색 지침 변경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피의자들을 검찰에 넘길 방침이다.
민주당은 경찰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검찰 불송치 결론을 내린 데 대해 "'답정너'식 임성근 전 사단장 불송치 결정은 특검의 당위성을 선명하게 보여줄 뿐"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1년 가까이 수사를 끌어왔는데 결과가 황당하다. 이 결과를 납득할 국민께서 몇이나 계실지 의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윤 원내대변인은 "'업무상과실치사의 공동정범의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라는 게 불송치 이유라고 합니다. 과거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 붕괴 사고 등의 판결에 건물책임자와 공무원 등 모든 단계에서 관여한 이들에게 과실 책임을 물어 '공동정범(업무상과실치사상)'을 인정했다는 점에 비추어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수사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꼬리 자르기 수사 결과로는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다"며 "오늘 수사 결과로 임성근 전 사단장에 대한 국민의 판단은 더 선명해졌다. 억지 짜맞추기 수사로 면죄부를 주고, 윤석열 대통령께 이런 수사 결과를 핑계로 거부권 행사의 명분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여긴다면 크나큰 오산"이라고 경고했다.
군인권센터도 이날 경북청의 수사 결과 발표를 두고 "브리핑은 흡사 임 전 사단장 변론 요지서 낭독이나 다름없었다"며 "경찰이 임 전 사단장 변호인을 자처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센터는 이번 수사 결과 발표가 예견된 결과였다며 "경북청은 수사 외압의 핵심 관계 기관으로 전임 청장인 최주원 경찰청 미래치안정책국장, 전임 수사부장 노규호 경기북부경찰청 수사부장 등이 직권남용,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공수처와 대구경찰청에 고발, 입건된 상태"라고 했다.
이어 "경북청에 채 해병 사망 사건 수사를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북청의 수사 결과는 '강한 특검법'의 필요성을 한층 강화해 줬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특검을 만들자면 당연히 정부와 여당은 특검 추천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임성근 전 사단장의 불송치 결정과 관련한 질문에 "경북경찰청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결과를 존중하고, 경찰이 밝힌 실체적 진실이 그동안 제기된 의혹과는 많이 다르다는 게 드러났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공수처도 조속히 수사를 마무리해서 사실관계를 밝혀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