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美 상장사 970곳 분석 결과 발표
행동주의 캠페인 관철 기업, 초기엔 어느 정도 효과 발생...4년 후 하락
고용 5.6%·투자 8.4%씩 감소...업계 "지배구조 규제 등 캠페인 급증 여건 지양해야"
◆…［자료출처=한국경영자협회 보고서］
행동주의 펀드 캠페인이 관철된 기업은 초기엔 어느 정도 효과가 발생하지만 4년 후 기업가치가 1%포인트(p) 하락하고, 고용과 투자는 각 5.6%, 8.4% 감소한다는 분석이다.
재계는 최근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주주 확대·집중투표제 의무화·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의 지배구조 규제 법안이 입법화된다면, 행동주의 캠페인의 활성화와 성공 가능성이 크게 증가해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가 매우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는 장기적으로 보면 기업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만큼 기업 밸류업을 위해선 지배구조 규제 등 행동주의 캠페인이 급증할 수 있는 여건을 구축하는 것으로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21일 '행동주의 캠페인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행동주의 캠페인은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에 요구하는 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전개되는 주주제안, 위임장 대결, 소송 등의 모든 전략을 의미한다.
한경협은 2000년 이후 행동주의 캠페인을 겪었고, 시총과 자산이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 이상인 미국 상장사 970개사를 대상으로 행동주의 캠페인 성공 여부에 따른 기업가치를 분석한 결과 캠페인이 성공한 기업들은 단기에는 기업가치가 일부 개선되지만 장기에는 캠페인 성공 이전에 비해 기업가치가 오히려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970사 중 행동주의 캠페인이 성공한 기업은 549곳이고, 실패한 기업은 421개사에 달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행동주의 캠페인은 주로 기업가치가 저평가(△16.1%)된 기업들을 대상으로 성공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캠페인이 성공하면 3년 이내에 기업가치가 1.4%p만큼 개선되면서 저평가가 일부 해소(△16.1%→ △14.7%)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캠페인 성공 4년 이후에는 기업가치가 다시 2.4%p 악화(△14.7%→ △17.1%)되면서 저평가가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행동주의 캠페인이 성공한 이후의 장기적인 기업가치는 캠페인 성공 이전에 비해 1%p 악화(△16.1%→ △17.1%) 되면서 궁극적으로 기업가치를 하락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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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캠페인 성공시 장기적으로 고용 5.6%↓·투자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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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한국경영자협회 보고서］
행동주의 캠페인이 성공할 경우 장기적으로 기업가치가 하락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고용과 투자(자본적 지출)의 축소로 인한 기업 펀더멘탈(기초체력) 약화가 지적됐다.
행동주의 캠페인 성공 후 1년 뒤의 고용과 자본적 지출은 각 3.0%, 10.7% 감소했다. 장기적(4년 이후)으로도 고용과 자본적 지출이 각 5.6%, 8.4% 줄어들었다. 반면 배당은 단기간 평균 14.9% 증가했지만, 장기적으로는 다시 캠페인 성공 이전 수준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경협은 행동주의 캠페인이 성공하면 단기적으로 고용과 투자를 줄이고 배당을 늘리는 현상이 나타나지만, 장기적으로 고용과 투자 감소 등 기업 펀더멘털이 악화되면서 기업가치의 저평가가 심화되는 것으로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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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19년~'23년)간 행동주의 캠페인 9.6배(8개→77개)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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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한국경영자협회 보고서］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행동주의 펀드의 캠페인 활동은 최근 이어진 지배구조 규제 정책의 강화와 함께 가파르게 증가해왔다. 영국 데이터 분석 기관인 인사이티아(Insightia)에 따르면, 행동주의 펀드의 목표가 된 한국 대상 기업의 개수는 지난 2017년 3곳에 불과했으나 2019년 8곳, 2023년 77곳으로 최근 5년 사이에 9.6배나 증가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기업이 투자와 고용에 집중하면서 근본적인 경쟁력을 높여 나가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면서 "기업이 경영권 방어에 천문학적인 자금과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본질적인 사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상법 개정 등 행동주의 펀드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입법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