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27년 외부감사 적용 표준감사시간 확정..."중견·중기 부담 고려"

금융당국-공인회계사회, 표준감사시간심의위원회 심의...만장일치 의결

표준감사시간, 내년 1월 1일 이후 개시되는 사업연도부터 적용될 예정

금융위 "기업 지배구조 개선 및 감사효율성 제고 투자 유도 기대"

중견·중소기업 부담을 고려해 표준감사시간 적용을 배제하거나 산정된 표준감사시간의 일정 비율만 적용하는 유예조치 연장을 골자로 한 2025~2027년 외부감사에 적용될 표준감사시간이 확정됐다.

이와 함께 회계·감사 관련 지배구조가 우수하거나, 감사효율성이 높은 기업은 표준감사시간을 축소하여 적용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금융위원회는 한국공인회계사회(KICPA·회장 최운열)가 표준감사시간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2025년부터 2027년까지 적용될 표준감사시간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이번에 개정한 표준감사시간은 내년 1월 1일 이후 개시되는 사업연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표준감사시간은 외부감사인이 투입하여야 할 일반적·평균적 감사시간을 산업별·기업규모별로 정하는 기준이다. 감사품질을 제고하고 투자자 등 이해관계인의 보호를 위하여 2017년 11월 외부감사법 전면개정으로 도입됐다.

공인회계사회는 표준감사시간을 공정하게 정하기 위해 표준감사시간심의위원회 심의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절차에 따라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청취하고 이를 반영해야 한다.
이번 표준감사시간 주요 개정사항을 살펴보면, 우선 표준감사시간 적용에 대한 중견·중소기업 부담을 고려한 적용면제·부분적용 조치를 연장하기로 했다.

표준감사시간제 도입 당시 기업의 감사비용이 급격히 늘어날 우려가 있는 만큼, 기업별 이해관계자에 미치는 영향과 부담여력 등을 고려해 상장 여부 및 기업규모에 따라 표준감사시간을 차등적으로 적용해왔다.

우선, 자산총액 2백억원 미만 중소회사에 대해서는 표준감사시간을 당초 올해 말까지 적용유예하기로 한 것을 3년 후인 2027년까지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또한 자산총액 2조원 미만 상장사 및 비상장사 등에 적용되는 적용률도 추가로 인상하지 않고, 2024년과 동일하게 2025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다만, 2026년 이후 부분적용 연장 여부에 대해서는 2025년 하반기에 위원회에서 심의하기로 했다.
 

기업 지배구조·회계투명성 개선노력, 기업별 구체적 특성 등 고려

기업이 외부감사인을 독립적으로 선임하고, 경영진을 효과적으로 견제·감독하는 등 우수한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는 경우 또는 감사인이 내부회계관리제도와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를 통합하여 실시하거나, 감사 과정에서 디지털 감사기술을 활용하는 등 감사효율성이 제고되는 경우, 표준감사시간을 낮추어 적용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에 따라, 기업들이 회계·감사 관련 지배구조를 스스로 개선하거나, 디지털 감사기술 도입 등 감사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표준감사시간을 낮추면 감사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되므로 인센티브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기업별 구체적 특성을 고려해 표준감사시간을 합리적으로 산정할 수 있도록 산정과정을 보완했다. 예로써 감사투입시간이 적은 소규모 자회사는 연결재무제표 감사에 대한 표준감사시간 산정 시 자회사의 수에서 차감할 수 있도록 하고, 계정과목의 특성별로 투입되어야하는 표준감사시간을 합리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관계법령 정비사항 반영...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부담 완화분 차감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기업들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법령개정 사항도 반영했다. 외부감사법령 개정에 따라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부담이 완화된 부분이 표준감사시간에서 차감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표준감사시간 개정이 만장일치로 의결된 것은, 회계업계와 기업계 양측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회계투명성'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지난 10월 31일 '회계의 날' 기념사를 통해 회계업계에는 '기업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기업의 부담이나 고충에 대해 보다 세심하게 소통해 달라'는 당부를 했다. 또한 기업계에는 '시장의 신뢰를 얻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회계에 대한 인적·물적 투자를 확대해 달라'는 당부를 한 바 있다.

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 회계개혁의 동반자인 기업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표준감사시간을 합리적으로 개선했다"면서 "앞으로도 회계투명성 제고를 위해 지속 노력해 나가되, 기업 측의 목소리를 보다 세심하게 듣고 소통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한편 외부감사법(제16조의2)은 3년마다 감사환경의 변화 등을 고려하여 표준감사시간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재산정하여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22년 1월 17일 표준감사시간 개정 이후 3년의 개정주기가 도래함에 따라 올해 1분기 중 표준감사시간심의위원회(위원회)를 구성했다.
특히, 이번 위원회부터는 표준감사시간 심의의 중립성을 강화했다. 그간 위원회가 회계업계에 유리하게 구성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런 목소리를 감안해 외부감사법 시행령을 개정('23.12월)하여 회계정보 이용자를 대표하는 위원에 대한 추천기관을 공인회계사회장이 아닌 금융감독원장으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공인회계사회장이 추천하는 위원의 수를 종전 9명에서 5명으로 축소하고, 위원장도 공인회계사회장이 추천한 위원이 아닌 금감원장이 추천한 위원이 맡도록 개선했다.

위원회는 그간 5차례 회의, 이해관계자 의견 반영 등 객관적·중립적인 검토를 위한 민간전문가 연구용역, 기업계 및 회계업계 등 이해관계자 간담회('24.5~6월, 3회), 공청회(11.20일) 등을 거쳐 이번 표준감사시간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