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 "이자비용 증가로 경영부담 가중" 우려
주요 대기업은 비교적 담담한 반응
경제단체들은 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전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금리 인상이 필요한 부분이 있었지만 추가 인상에는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 섞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중소기업의 이해를 대변하는 중소기업중앙회는 은행 의존율이 높은 중소업체들의 경우 이번 금리 인상 결정으로 경영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 당국의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반면 주요 대기업들은 이번 금리 인상이 어느 정도 예견됐다면서 실물경제에 나타날 효과를 나름대로 분석하는 등 시장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경제단체 "추가 인상 신중해야" =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배상근 경제본부장은 "금리 인상시기에 대한 시장의 대체적 예상은 8∼9월이었는데 다소 빠르지 않으냐는 시각들이 있다"면서 "추가 인상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배 본부장은 그 이유로 경기선행지수가 5개월째 하락하는 등 경기불안이 여전하고 중소기업과 가계 부문에서 이자비용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는 점을 꼽았다.
그는 특히 부동산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세 속에서 이자 부담으로 가계의 소비심리가 위축되면 내수에 악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번 금리 인상 결정이 경제 호조와 장기간의 저금리 기조로 인한 부작용을 해소하는 조치라고 하지만 남유럽 재정위기와 글로벌 긴축 정책의 영향으로 경기둔화 우려도 있는 만큼 향후의 경제상황을 봐가며 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추가적인 금리 인상은 기업과 가계의 이자 부담을 증가시켜 회복 중인 국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한국무역협회도 한은의 이번 결정에 아쉬움과 우려를 표시했다.
무역협회는 "이번 조치가 인플레이션 압력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처사로 판단되지만 올해에도 우리 경제 성장에 일익을 담당해야 하는 수출업계로서는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무협 관계자는 "금리 인상은 원.달러 환율의 하락 가능성을 높여 수출경쟁력 약화를 불러올 수 있다"며 "정부와 한은은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지양하고 수출기업이 자금경색을 겪지 않도록 세밀한 후속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계는 한은의 이번 결정으로 경영부담이 가중될 것을 크게 우려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유현 정책개발본부장은 "아직 경제위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중소기업들이 많이 있다"며 "점차 회복을 해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금리가 인상되면 금융비용이 가중되고 전반적으로 회사 경영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조 본부장은 "일자리 창출과 신성장동력 확보 등을 위해 중소기업들도 투자를 단행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지만 금리가 오르면 투자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요 기업들 "어느 정도 예상했다"..차분한 반응 = 주요 업종을 대표하는 기업들은 기준금리 인상 폭이 크지 않은 데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어서 충격이 다소 덜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삼성전자처럼 부채비율이 낮고 현금성 자산을 많이 보유한 대기업들은 금리 인상이 오히려 나쁠 게 없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자동차업계는 6월 말부터 회사채 시장 등의 시중금리가 상승세를 보이는 등 시장에 이미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예상이 반영된 점을 들어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자동차 할부 구매의 경우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시장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조선.중공업계는 선박 발주가 대부분 해외에서 이뤄져 당장 피부로 느낄만한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반응하면서도 세계적인 금리인상이 촉발될 경우 유럽 및 미국을 중심으로 살아나고 있는 선박금융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항공업계는 이번 기준금리 인상을 다소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금리가 올라가면 원화에 대한 수요가 높아져 원화 가치가 올라가 그만큼 항공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항공업계는 금융권에서 빌린 돈은 대부분 고정 이자율로 책정돼 단기적으로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분석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금리인상 소식으로 이미 원화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며 "항공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 현 상황에선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해운업계는 선박 매입 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선박 금융에 국내 금리가 아닌 리보 금리가 적용돼 국내 금리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점을 들어 비교적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유통업계는 금리인상이 소비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양면적이라며 시장상황을 관찰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산이 부동산에 묶인 중산층은 이자가 올라가면 그만큼 가처분 소득이 줄어 소비를 줄이지만 백화점의 '큰손'인 상류층은 예금 이자가 오른 만큼 금융자산이 늘어나 소비를 늘리게 된다.
서민층의 소비심리가 위축되면 대형마트가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대형마트에서는 경기에 관계없이 소비되는 생필품이 주로 팔리는 만큼 별다른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에는 당장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지만, 플러스 요인과 마이너스 요인이 공존해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