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 첫날인 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이른바 '부자감세'로 야당의 공격을 받고 있는 정부의 소득·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문제가 논란이 됐다.
특히 최근 당내에서 소득·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철회할 것인지 유지할 것인지를 놓고 한차례 홍역을 치른 한나라당 의원들이 공식적인 대정부 질문자리에서도 상반된 의견을 피력, 여전히 의견 차이가 적지 않음을 보여줬다.
먼저 부자감세 논란을 끄집어 낸 사람은 야당의원인 민주당 오제세 의원이었다.
오 의원은 "정부의 감세정책은 부자들만 혜택을 보고, 선순환 한다는 경제효과는 불확실하며, 재정적자만 확대되는 반면, 복지재정은 축소되는 폐해를 보여주고 있다"며 "반서민 정책으로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의원은 특히 "감세정책으로 인해 지난 3년간 직접세인 소득세, 법인세, 종합부동산세는 제자리걸음이고, 간접세인 소비세, 부가가치세는 늘어나는 추세다. 부자들이 세금을 안내니 서민들이 내는 것"이라며 "이런 감세정책은 빨리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황식 국무총리는 "(감세정책에 대한)일부 평가나 진단이 잘못 된 것 같다"며 "감세를 해도 투자나 일자리가 늘지 않아서 경제활성화가 안됐다는 지적이 있지만, IMF에서도 우리의 선제적인 경제정책을 옳다고 보고 있고, 현재 경기도 회복이 진행되어 감세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김 총리는 이어 "감세정책은 기본적으로 일자리 창출과 성장잠재력 확충을 통해 결국 그 혜택이 선순환으로 서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시각은 다를 수 있지만 정부의 입장은 중장기적으로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감세정책을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총리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감세정책 철회요구는 이어졌다. 이번에는 야당이 아닌 여당에서 목소리가 나왔다.
곧바로 이어진 질의에서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은 "추가 감세는 더 이상 하면 안 된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나름대로 감세는 경제발전에 기여했지만 그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문제"라며 "글로벌 위기로 우리는 엄청난 재정을 쏟고 있다. 한해 50조원이 넘는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특히 "야당의 부자감세론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조세문제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안 된다. 소득재분배, 경제효과 등 여러 요건을 고려해야 한다. 법인세율 22%는 전 세계적으로 비춰볼 때 낮은 수준"이라며 감세안 철회에 대한 소신을 재차 강조했다.
여당에서도 감세철회의 목소리가 나오자 논란은 여-여(與-與) 갈등으로 확산됐다.
한나라당 나성린 의원은 곧장 "조세정책과 관련해서 우리 당도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populism) 경쟁을 하고 있다. 상당히 우려된다"며 "서민정책이라고 하는데, 실질적으로 나중에 경제가 망가지면 누가 먼저 피해를 보느냐. 서민들이 본다"며 감세 철회의견이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나 의원은 "이 정부의 감세 목표는 잠재성장력과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세율을 경쟁국보다 높이지 않겠다는 차원"이라며 "부자감세는 부자들한테만 특별히 혜택을 주든지 해야 부자감세지 지금 소득세 인하도 중산서민층 다 해주고 고소득층은 안하고 있고, 법인세도 중소기업만 해주고 대기업은 반만 해준 상태"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고세율 구간 아래를 보면 같은 비율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소득이 1만원 받는 사람에게 10%는 1000원이지만, 100만원 받는 사람에게 10%는 10만원이다. (부자감세는)참 논리적으로 정합성이 없다"고 '부자감세'라는 평가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