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 대응해야할 시기" vs "가능성 높지 않아"
김중수 "버블은 터지기 전까지 버블이 아니다"
국내 주요 은행장들이 가계부채 부실 우려에 대해 각자 다른 견해를 나타냈다.
상당수 은행장들은 가계대출 부실 우려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힌 반면,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해 일부 은행장들은 우려가 지나치다는 상반된 견해를 밝혔다.
17일 김중수 한은 총재 주재로 열린 금융협의회에서 은행장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들은 가계부채가 조정(deleveraging) 과정을 거친 데 비해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했다"며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는 만큼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낮은 연체율 및 LTV 비율, 은행의 높은 대손충당금적립률 등에 비춰 볼 때 가계부채 문제가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과다채무 가계, 특히 취약계층 가계의 불안으로 진전될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대책이 은행 가계대출을 강도 높게 규제하는 방향으로 마련될 경우 취약계층의 이자부담이 큰 폭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질 경우 신용도가 낮은 차입자들이 제2금융권으로 대거 옮겨갈 수 있는 만큼 취약계층에 대한 미시적 지원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은행장들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가계대출과 관련 "6월 중에 시장에서 지나치게 강하다고 할 정도의 대책을 낼 것"이라고 언급한 데 따른 우려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은행장들은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부동산가격 안정화 및 가계 가처분소득의 증대를 위한 중장기적 관점의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는 데 인식을 함께 했다.
이처럼 상당수 은행장들이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힌 가운데, 이날 일부 은행장들은 '시장의 우려가 지나치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같은 판단의 근거로는 ▲경제규모 대비 가계부채가 높지 않은 점 ▲개인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점 ▲대손충당금적립률 등 국내 금융기관들의 손실대응능력이 제고됐다는 점 등을 꼽았다.
이날 김 총재도 금융협의회에 앞서 "최근 언론이나 정부에서 가계부채를 많이 이야기하는데 과거에 비해 어디까지가 위험 수준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며 "경험적으로 보면 위기가 올 것이라고 예상하는 걸 막지 못하진 않았고,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위기가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 위기가 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 총재는 특히 "버블은 터지기 전까진 버블이 아니라는 말도 있다"며 지나친 우려가 오히려 가계부실을 앞당길 수 있다는 견해도 피력했다.
한편, 이밖에도 일부 은행장은 최근 수도권-비수도권 주택가격의 상반된 흐름에 대해 지방의 경우 신규 주택공급 부족이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수도권의 경우 주택가격 상승기대 약화에 따른 주택매입수요 저조가 보합세로 나타나고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이날 금융협의회에는 민병덕 국민은행장, 이순우 우리은행장, 서진원 신한은행장, 조준희 중소기업은행장, 김정태 하나은행장, 래리 클레인 외환은행장, 리처드 힐 SC제일은행장,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김태영 농협신용대표이사, 이주형 수협신용대표이사 등 10개 은행 대표들이 참석했다.
강만수 산은지주회장 겸 산업은행장은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