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분보다 뒤지지 않아, 은행 중역들 국제감각 없다" 질타
어윤대 회장의 '못난 고려대' 발언이 금융권에 잔잔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발언이 최근 기자회견을 가진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을 겨냥한 것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어 회장은 5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내가 KB금융 회장으로 올때 정부하고 친해서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낙하산 인사)'이라고 욕을 많이 했다"며 "조직이 커서 목표를 달성하는 데 어려움은 있지만 실무적인 면에서 어떤 분보다 뒤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어 회장은 특히 "능력이 없는 사람이 온다면 문제겠지만 저는 금통위원을 20년 전에 하고 1997년 환란 때 서울은행, 제주은행 등 매각소위원장을 역임했다"며 "내가 못난 고려대를 나와 문제가 되는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어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2년 후배로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 및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과 함께 '금융지주사 4대 천황'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그는 또, 강 회장에 대해서도 "강만수 회장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은데 강 전 장관을 키우면 세계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강 회장을 외국에서도 존경받을 수 있는 '비즈니스 리더'로 추켜세웠다.
그러면서 그는 "국내 은행 중역들은 경험과 학식은 높을지 몰라도 국제적 네트워크가 부족하다"며 "이를 갖추려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금융인이 많지 않은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어 회장의 이날 발언을 놓고 일각에서는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우회적으로 겨냥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회장은 지난주 기자간담회에서 "금융기관 CEO에게 '천황'이라는 호칭은 맞지 않다"며 "전문가로서 경영실적과 주가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 회장의 경우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30년 '신한맨'으로서의 경력을 갖고 있다. 국내 5대 금융지주사 가운데 유일하게 현 정부와 인연이 없어 낙하산 인사 논란은 물론 관치(官治) 논란에서 한발 비켜서 있다.
그러나 신한금융은 자산 규모에서 비등한 KB금융 및 우리금융과 비교해 실적과 주가 모두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다. 반면 어 회장의 경우 계속되는 주가 부진으로 자사주 처분 일정조차 잡지 못해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당시 일부 금융사들 사이에서는 한 회장의 발언에 대해 '경쟁 금융사 CEO를 비하하는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