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감사 후 신속한 정비 강화로 고장건수 감소 중"
2011년 사흘 동안 세 차례나 열차가 멈춰서는 등 수많은 고장을 일으켜 '고장철'이라는 오명을 얻은 KTX-산천이 프랑스의 떼제베(TGV)보다 40% 짧은 기간에 제작된 데다, 시운전은 1/10도 채 이뤄지지 못한 채 철로를 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 정창영)는 KTX-산천에 운행에 지장을 초래할 만한 57건의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영업운전에 투입한 것으로 밝혀져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감사원은 27일 'KTX 운영 및 안전관리실태' 감사결과를 발표하며 "KTX-산천은 신규 국내개발 모델인데도 해외 사례에 비해 제작기간과 시운전이 짧았으며, 코레일은 심각한 결함을 알고도 운영에 투입했다"고 밝혔다.
코레일이 2004년 KTX 개통 당시 들여왔던 프랑스 TGV의 고속열차는 5년의 개발 기간과 20만km의 시운전을 거쳤으나, 최초의 한국 기술로 만든 KTX-산천은 36개월의 기간 동안 개발됐으며, 길들이기 시운전은 6000km∼1만2000km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에도 코레인은 2만9000개 부품의 검사 주기를 어기고, 336개 부품의 재고를 확보해 두지 않는 등 정비체계가 부실하고, 관리도 소홀했던 것으로 드러나 관련자들은 감사원으로부터 문책 또는 주의 통보를 받았다.
2004년 4월 개통돼 지난해 말까지 27만명 이상의 여객을 수송해온 KTX는 이용률 93%의 국내 주요 장거리 교통수단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2010년 우리기술로 만든 KTX-산천의 운행 이후, 철도사고와 장애가 급증해 지난해 상반기에만 36차례의 사고로 국민들의 불편과 불안감이 커지자, 지난해 7월 양건 감사원장의 이례적인 지시로 강도 높은 감사가 이뤄지게 됐다.
코레일 측은 지난해 "KTX-산천의 잦은 고장은 제작결함 탓"이라며 열차의 제작사인 현대로템에게 피해구상을 청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감사 결과 지나치게 짧은 제작기간을 약정하고, 열차의 결함을 알고도 운행에 투입한 코레일에게도 차량 결함의 보완과 성능검증체계 구축, 감독·관리 강화 등 무거운 책임이 뒤따르게 됐다. 특히 열차의 결함을 알고도 보완하지 않은 관련자는 문책을 요구받았다.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 종료 이후 차량제작사는 지적받은 부품들의 결함을 해소중이고, 한국철도공사는 노후부품 신속 교체와 집중 모니터링 등으로 고장 예방에 나섰다"며 "지난해 9월 이후 정비 강화 등으로 고장 건수가 감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