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자산 312조 우리금융 재매각 추진에 시장 '냉랭'
총자산 312조원을 보유한 금융공룡 우리금융지주의 재매각이 추진되며 이명박 정권 내내 강조됐던 메가뱅크가 마지막 실험대에 올랐다.
27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동위원장 남상구, 김석동)는 제52차 회의에서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우리금융지주 매각 재추진 방안'을 보고받고 이를 심의·의결했다.
우리금융은 2011년 말 현재 총자산 312조원으로 국내 1위에 올라 있으며, 11개 자회사 및 54개 손자회사를 거느린 금융공룡이다.
국내 금융사 중에서 우리금융을 최종 품게 되는 경우 이명박 정권 내내 강조했던 메가뱅크의 조각그림이 완성된다는 측면에서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메가뱅크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이유는 국제 경쟁력을 갖춘 금융사의 탄생을 원했기 때문.
지난 2009년 아랍에미레이트의 원전을 수주하며 글로벌 50위권의 인지도를 갖춘 국내 은행이 없어 스탠다드차타드에 보증을 맡겨야 했던 아픈 경험이 메가뱅크 필요성의 시작점이었다.
이후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등 이른바 親MB계열의 4대 천황 등에 의해 메가뱅크의 필요성은 역설이 됐지만 결국 완성을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MB 정권말 메가뱅크의 탄생을 기대하기에 시장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우선 국내에서 인수유력자로 거론되고 있는 KB금융지주, 산은금융, 신한금융 등이 모두 여력이 없다며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 있다.
국내 금융지주의 경우 금융지주회사법상 국내 금융지주가 다른 금융지주를 인수하려면 지분 95%를 사야 하기 때문에 10조 원 이상이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이만한 총알이 충전돼 있는 곳이 전무하다.
여기에 KB금융은 그룹 포트폴리오상 비은행부문의 확장이 절실한 상황이고, 산은금융의 경우 당장 코 앞에 닥친 IPO(기업공개)부터 해결해야 한다.
이에 금융당국이 합병의 카드를 제시하며 우리금융 인수를 유도하고 있지만 최소입찰규모 30%를 맞추기 위해서는 어차피 3조원의 자금이 소요되고, 여러 금융기관이 합병해 참여할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을 어떻게 배분하느냐도 골치 아픈 문제다.
무엇보다 합병을 통해 우리금융을 매각할 경우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민영화의 기본원칙에도 위배된다.
해외로 시선을 돌리더라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이 은행 대형화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강화하는 분위기 속에 과연 어떤 글로벌 기업이 인수전에 참여할 지도 미지수다.
지난해 우리금융 예비입찰에서 국내 금융사는 물론 해외 사모펀드 등에도 문호를 개방했지만 결국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만 참여해 유효입찰이 이뤄지지 않았던 사례는 결코 만만치 않을 매각 작업을 예고하고 있다.
정권 말 대형 M&A를 진행하는데 대한 반발도 거세다.
27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공자위 회의가 진행하고 있던 금융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권말 우리금융에 대한 졸속적인 민영화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매각논의의 주체인 우리, 경남, 광주은행 등 우리금융 산하 노조는 물론 인수은행으로 거론되고 있는 KB국민, 산업, 신한은행 등 노조 집행부가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공적자금 회수가 목적이라면 정부가 이미 실패한 메가뱅크를 들고나올 이유가 없다"며 "김석동 위원장이 단기수익 극대화에 치중하는 사모펀드까지 끌어들일 경우 장기적 성장과 안정성, 공공성을 추구하는 은행에는 독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변했다.
우리금융의 재매각을 지켜보는 금융권의 시선도 냉랭하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임원은 "결과적으로 정권말 우리금융과 같은 대형 M&A가 성공될 수 있다고 보는 금융권 인사는 없을 것"이라며 "메가뱅크 추진이 단순한 뚝심인지 아집인지 잘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