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에서 대리점 할인판매 봉쇄, 미스터리 쇼핑으로 감시·제재
공정위, 과징금 52억4800만원 부과…재판매가격유지행위 사상 '최대'
골드윈코리아 "할인판매 막은 적 없어…법적 대응 검토"
최근 수년간 중·고등학생들에게 '제 2의 교복'으로 불리면서 인기를 누려온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 제품 가격이 "학부모들의 등골을 빼먹는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비싼 이유는 따로 있었다.
노스페이스 제품을 독점 수입·공급하는 본사(골드윈코리아)에서 강압적으로 대리점의 할인판매를 막으면서, 무조건 정해진 가격으로만 판매하도록 강요했기 때문이다.
본사는 이런 내부 '불문율'을 어기는 대리점에게 제품 출고를 막고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며 심할 경우 대리점 계약자체를 해지하는 등 지난 14년 동안 다각도로 대리점의 할인판매를 금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골드윈코리아의 불공정행위에 경쟁 당국이 관련 법 위반행위 사상 최대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강력한 제재 조치를 내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9일 노스페이스 한국 독점판매업체 골드윈코리아(주)가 지난 1997년 11월부터 2012년 1월까지 전국 판매특약 전문점에 제품 판매가격을 미리 정해주고, 이 가격 아래로 팔지 못하도록 강제한 행위에 대해 과징금 52억48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공정위로부터 제재조치를 받은 골드윈코리아는 한국에서 노스페이스 제품을 독점판매하고 있는 곳으로 (주)영원무역홀딩스(대표 성기학)가 51%의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회사다.
현재 골드윈코리아는 직영매장 이외 전국에 151개 달하는 전문점(독립 사업자)과 판매 특약점 계약을 맺고 제품을 공급 중에 있으며, 이들 전문점을 통한 노스페이스 제품 유통 비중은 전체 물량의 60%에 달한다.
공정위 조사결과 골드윈코리아는 지난 1997년 11월~2012년 1월까지 전국 노스페이스 전문 판매매장에 제품을 판매하면서 할인율, 마일리지 적립율을 포함한 소비자 판매가격을 지정한 뒤, 이 가격보다 싸게 팔지 못하도록 강요했다.
특히 판매특약계약서에 제품을 본사에서 지정한 가격 이하로 팔지 못하도록 못박아두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출고를 정지시키거나 판매특약 계약을 해지시키는 불이익을 준 것으로 밝혀졌다.
이도 모자라 골드윈코리아는 판매점들이 정찰제도를 지키고 있는지 수시로 대리점을 방문해서 점검했고, 심지어 일반고객으로 가장해 판매가격을 점검하는 미스터리쇼퍼 조사까지 활용해서 가격할인 행위를 감시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통해 만약 판매점이 본사 가격정책을 어긴 부분이 드러날 경우, 할인 판매한 전문점에게 계약해지, 출고정지, 보증금 징수, 경고 등 제재조치를 통해 불이익을 준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골드윈코리아는 한 전문점이 10%이상 가격할인을 계속하자 느닷없이 계약해지를 통보했고, 연말 고객행사 차원에서 20% 할인 판매를 한 매장은 바로 다음날 곧바로 출고를 정지시킨 뒤 사과문을 게재토록 하는 등 압력을 가하기도 했다.
골드윈코리아는 또한 2002년부터는 계약서에 온라인판매금지규정을 추가, 노스페이스 제품의 온라인 판매를 아예 원천봉쇄시켜 가격할인을 막은 것으로 나타났다.
골드윈코리아의 이 같은 영업행태는 일종의 담합과 같은 효과를 낸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 신영선 시장감시국장은 "이와 같은 골드윈코리아의 불법행위들은 전문점들의 가격할인 경쟁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으로 담합과 동일한 효과가 나타난다"며 "재판매가격 유지행위가 없었다면 소비자들이 보다 값싸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국장은 또 "주요 아웃도어 브랜드 매장이 인접한 경쟁 브랜드 가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1위 브랜드 노스페이스의 가격할인 금지는 밴드 웨건(Band Wagon)효과로 경쟁업체의 할인가격까지 막아 소비자 피해가 가중됐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 공정위의 제재와 관련해 골드윈코리아측은 "할인판매를 막은 사실이 없다"며 추가적인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골드윈코리아는 지난 27일 배포한 공식 해명자료를 통해 "2011년 12월까지 총 260여 만건의 할인을 진행됐고, 현재도 활발이 할인행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고급 아웃도어 제품이라는 기준도 모호하고 시장점유율도 백화점 입점브랜드위주로 되어 있는 등 과징금 산정기준도 잘못됐기 때문에 공정위의 의결서가 도착하면 법리적인 검토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