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밤을 하얗게, '야근량'에 있어서는 다른 중앙부처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많은 기획재정부가 '8-5제'를 전격 시행한다. 논란이 많았던 만큼 꽤 오랜 기간의 과도기를 거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많은 업무량으로 중앙부처 중에서도 가장 많은 야근을 소화하는 것으로 정평이 난 기획재정부 직원들이 오는 7일부터 오후 5시30분에 퇴근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동안 줄기차게 '8-5제'(오전 8시 출근, 오후 5시 퇴근) 도입을 주장했던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원들의 장시간 근무관행을 개선하고 자기계발을 독려하고자 출퇴근 시간을 전격 변경했기 때문입니다.
재정부에 따르면 근무시간 변경은 직원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추진했고, 한 달 동안 시범적으로 시행한 이후 효과를 감안해 지속 실시 여부를 결정할 계획입니다.
업무 구조상 야근이 많은 부서와 자녀 육아 등으로 출근 시각을 조정하기 어려운 직원들은 유연근무제를 통해 현재와 같이 9시까지 출근하도록 배려하는 등 근무형태는 탄력적으로 운영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당초 계획보다 30분이나 깎아준 장관님의 배려에도 불구하고, 신통치 않은 직원들의 반응은 여전한 듯 합니다. 실제로 지난달 재정부 직장협의회에서 8-5제 도입을 놓고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직원들의 반대는 상당했습니다.
설문에 참여한 복수직 서기관급 실무진의 70% 정도가 야근은 야근대로 해야하고, 출근시간만 앞당길 우려가 크다며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박 장관도 이 같은 직원들의 마음을 의식했는지 이날 근무시간 변경 결정과 함께 전 직원들에게 자신의 마음과 의지를 담은 편지를 발송했습니다.
박 장관은 편지를 통해 "생활패턴 변화로 피로, 육아부담만 늘어나고 출근시각만 빨라진다는 걱정 잘 압니다"라며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저녁 시간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자기계발 프로그램을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특히 중앙부처에 만연한 야근 관행을 없애는 등 공직사회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는데 기획재정부가 앞장서자고 직원들을 독려했습니다.
그는 "8-5제를 시행한다고 곧바로 장시간 근무관행이 사라지고, 내수가 살아나고, 에너지가 절약되고, 성인병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겠지요"라며 "하지만 목표를 세우면 목표가 우리를 이끄는 법이므로, 기획재정부가 다른 모든 부처의 꿈이 되도록 힘을 합치자"고 전했습니다.
박 장관이 내심 가슴에 품고 있던 '신의 한 수'는 던져졌습니다.
부임과 함께 지속적으로 추진했지만 직원들 사이에서 벌어진 논란 때문에 차일피일 미뤄졌던 '8-5 근무제'는 다음주부터 본격 가동됩니다.
남은 것은 객관성을 유지한 채 상황을 지켜보는 일입니다. 직원들이 박 장관의 의도에 따라 움직여 줄지, 그 유명한 재정부의 지옥 같은(?) 야근 관행이 줄어들지, 그 것이 또한 박 장관이 언급한 재정부의 '변화'를 불러일으킬지 관심이 가는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