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1일 각종 경제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 발표했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올해 경제상황이 녹록치 않다고 판단, 기업투자를 활성화시키고 고용을 더 늘릴 수 있는 각종 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해 정부가 내수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대책들에 치중했다면 올해는 투자활성화에 좀 더 무게를 실었다는 후문. 실제로 고용을 제외한 산업단지, 기업도시 활성화 등 투자촉진 대책만 놓고 봐도 대략 내년까지 2조5000억원 이상이 지원되는 '통 큰' 대책이다.
이번 대책의 방향성과 의도는 분명하다. 하지만 무수히 나열된 대책 속에는 정작 정부 스스로도 확실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세금감면 부분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갖가지 조세감면제도의 일몰 연장 및 새로운 추가 세제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예컨대 기존 기업도시 관련 세제특례를 3년 더 연장한다는 방안이나 법인세의 상당액이 공제되는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및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 제도 대상에 '사회서비스업'을 추가하는 등 꽤 덩어리가 커보이는 부분이 많다.
구체적인 감면액수는 거론되지 않았지만, 만약 제시된 세금감면 법안들이 모두 성사될 경우 상당한 세수감소가 불가피한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이런 대책들이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커다란 조세정책 줄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이다.
정부는 2013년도 균형재정과 향후 재정건전성 위해 올해 세법개정안에서 기존의 비과세·감면제도를 대대적으로 정비하겠다는 뜻을 수 차례 내비쳤다.
소득·법인세 등 직접세 증세 대신 기존의 감면제도를 재정비하고 새로운 세원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세제개편의 틀을 짠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책은 의외다. 다소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도 눈에 띈다.
기존에 있는 감면제도를 없애기도 어려운 판국에 새로운 감면제도까지 만들어서 세금을 더 깎아주겠다니 도대체 어떤 부분을 정비해서 재정건전성 확보에 충당될 재원을 마련할 것인지 의문점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이번 대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한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사전에 세제실과 협의가 됐기 때문에 (세제지원 대책)추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하지만 속사정은 전혀 딴판이다.
이번 대책과 관련 세제실 관계자는 "협의한 것은 사실이나, 이번에 제시된 대책들이 확정된 것이라고 보긴 힘들다. 방향성은 동감하지만 구체적인 감면규모에 대해선 정해진 것이 전혀 없다"고 명확한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연말 세법개정 절차도 남아있기 때문에 아직 100% 확정된 것으로 보기 힘들며, 따라서 현재 얼마나 지원될지 정확한 세금 감면 규모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정책파트에서는 당장이라도 어마어마한 세금혜택을 줄 것처럼 발표했지만, 실제 세금감면 여부를 결정짓는 세제파트에선 뚜렷한 입장을 내놓길 꺼리고 있는 상황.
말 그대로 한 입으로 두말하는 웃지 못할 상황을 재정부 스스로 연출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공식발표는 국민들과의 중요한 약속이다. 정부가 대책을 발표하면 이는 곧 언론을 타고 국민들에게 알려져 기정사실화 되며 곧 추진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시장에 심어준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 신뢰를 위해서라면 적어도 발표 이전, 부처 내부의 '교통정리'부터 완벽하게 끝내놓고 나야 시장에 혼란을 막을 수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재정부의 이날 대책 발표는 다소 성급한 '보여주기'가 아니었느냐는 생각을 떨치기가 힘들다.
재정부 내부의 어느 파트에 속한 이들의 말이 맞는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결국 재정부 내부의 갑론을박은 국민들에게 보여지지 않을 테고 이미 엎질러진 물, 발표한 대책대로 정책의 물꼬가 터질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에 막대한 파급효과를 미칠 대책을 발표하면서 일말의 논란과 오해 소지를 남겼다는 것은 국가 경제정책의 총괄 컨트롤 타워인 기획재정부가 '프로'답지 못했다는 방증이 아닐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