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하청업체까지 FTA 원산지증명 시스템 구축 필요"
기계 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국내 주요 수출산업 분야 중 하나다. 지난 1990년 이후 20년 만에 수출규모가 10배 늘어 지난해 466억 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최근에는 FTA 발효가 잇따르면서 500억 달러 수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 올해 3월 발효된 한·미 FTA를 통해 연 6억 달러의 수출증가가 기대되고 있는 상황.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목인 공작기계는 한국산 제품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4.2%의 관세가 없어지면 최대 8400달러까지 가격이 인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플라스틱, 철주물 피팅제품, 펌프 등도 가격경쟁이 치열해 관세철폐는 경쟁력 확보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국내 업계에서 최근 성장이 돋보이는 진공펌프도 최근 FTA로 많은 수혜를 받고 있다. 진공펌프를 제조해 수출하는 에드워드코리아(주)(대표이사 이성민)도 그 중 하나다.
□ 한·EU FTA 수혜 톡톡…관세절감액 30만 달러 = 에드워드코리아는 지난 7월 한·EU FTA를 활용해 2011년 한 해 동안 EU 지역으로의 수출이 전년에 비해 6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에 지난해 EU 수출액은 2400만 달러.
지난 9개월 동안 EU 지역 관세 절감액도 30만 달러에 달한다.
에드워드코리아 관계자는 "지난해 전체 연매출이 4500억원을 기록해 전년도 3800억원에 비해 700억원이 늘었고 직원도 지난해 600명에서 현재는 770명에 이르고 있다"며 "유럽 진공펌프 원료에 대한 세율이 8%에서 6.6%로 낮아지면서 지난해 EU와의 FA 발효 이후 진공펌프를 제조하는 데 드는 비용을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에드워드코리아가 제조하는 진공펌프는 연 2만5000대 가량. 반도체나 LED, 태양전지 등을 만들기 위해서는 제조 환경을 진공상태로 만들어야하는데 바로 그 진공상태를 만들기 위해 공기를 빼내는 기계가 진공펌프다.
에드워드코리아가 제작한 진공펌프는 삼성이나 LG 등 국내 대기업의 반도체나 모니터 제조를 위해 사용되는 것을 제외하면 절반 이상이 수출된다. 수출지역은 중국과 대만 등 아시아로 수출되는 양이 29%로 가장 많고 이어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이다.
최근 미국과도 FTA가 발효되면서 에드워드코리아가 분주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 한·미 FTA 준비 분주…원산지 증명 '관건' = 미국으로 수출되는 진공펌프 양은 EU 수출 비중의 두 배가 넘는다. 미국과의 FTA 발효 혜택이 본격화되면 현재 20%인 미국으로의 수출비중이 25%가량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예상이다.
그러나 한·미 FTA에 따른 원산지 관리에는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현재 EU의 경우 지금까지 교역해왔던 누적기준을 적용해 진공펌프 원료 중 한국산이 절반 이상이면 한국산으로 인정받아 세금혜택을 받지만 미국은 진공펌프에 들어가는 작은 부품 하나도 모두 원산지 증명서를 제출해야한다는 것.
에드워드코리아 관계자는 "수출기업이 원산지 증명을 할 수 있어도 수출기업에 부품 등을 공급하는 소규모 업체가 원산지 증명 프로그램이 없는 경우 수출기업의 완제품이 한국산으로 원산지 증명을 받기가 어려울 수 있다"며 "이에 국내 영세한 업체까지도 원산지 증명프로그램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원산지증명 기준이 FTA가 체결된 국가마다 다르기 때문에 수출기업에서도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해 에드워드코리아처럼 이미 한·EU FTA로 수혜를 받고 있다고 하더라도 한·미FTA 준비는 별개로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에드워드코리아(주)가 세계로 수출하고 있는 진공펌프
□ '스파게티볼' 효과 우려…"간편 컨설팅 필요하다" = FTA로 인해 수혜를 받고 있지만 업계의 우려는 있다. 이른바 '스파게티볼' 효과다.
여러 국가와 FTA를 동시다발적으로 체결하면서 각 국가마다 복잡한 절차와 규정 등 행정절차를 파악하는 비용이 관세혜택 금액을 초과하는 스파게티볼 효과가 기업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인 것이다.
에드워드코리아 측은 "현재 EU와의 무역에서는 상당부분 관세 절감 효과를 얻고 있지만 이도 부품 비중이 EU산에서 국내산으로 점차 바뀔 경우에는 현재와 같은 FTA혜택을 얻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며 "FTA체결국별로 복잡한 규정에 물류 담당자들도 상당히 어려워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FTA 관련 업무를 전문 컨설팅 업체 등에 맡기는 경우도 있지만 컨설팅 비용이 천차만별이고 거품이 끼어있는 경우 영세업체들이 이를 활용하기에는 부담이 따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영세업체들이 부담을 갖지 않고 활용할 수 있는 간편 컨설팅 등 정부 당국이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해 지원해주는 방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