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협회와 네트워크 치과협회 사이에 저가 임플란트 문제로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르면 8월부터 임플란트 등 각종 치과기자재에 리베이트에 대해서도 금품을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처벌되는 '쌍벌죄'가 적용될 예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치과기재업계의 음성적 리베이트 제공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대한치과기재협회가 심사 요청한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치과기자재 거래에 관한 공정경쟁규약' 제정안을 승인했다고 4일 밝혔다.
대한치과기재협회는 오스템임플란트, 신흥 등 치과용 의료기기 수입품 제조·판매업체 520여개 사업자로 구성된 사업자 단체로, 업계 내부의 경쟁심화로 만연된 부당 리베이트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공정한 규제 장치가 마련될 필요성을 꾸준히 주장해 왔다.
그동안 치과기자재 업체들도 치과용 임플란트, 치과용 귀금속 합금, 진료장치·의자 등을 시중 치과의원 등에 납품하는 과정에서 일반 제약회사가 병·의원에 제공하는 학술대회 지원 등 각종 리베이트 관행을 답습해 부담을 키워왔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부당한 리베이트를 근절하고 금품을 제공하는 곳과 받는 사람 모두 처벌될 수 있는 쌍벌죄 취지를 반영한 이번 규정안을 관련 단체와 복지부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과정을 거쳐 최종 확정·승인했다.
제정된 규약에 따라 향후 치과기자재 업체들은 치과 등 의료기관에 대한 금품류 제공행위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예컨대 임플란트 등 치과기자재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병·의원에 소속된 의료인들의 해외여행경비를 지원하거나 현금과 물품을 협찬하는 행위, 병원 공사비 지원, 고가의 외제승용차 경품행사 등은 위법행위로 간주된다.
다만 견본품 제공, 학술대회 개최 및 참가지원, 제품설명회, 교육·훈련, 강연·자문, 시장조사, 시판 후 조사 사례비 지급 등 일정규모 이내에서 정상적인 상거래 관행으로 인정되는 부분은 구체적인 지원대상과 한도 등을 설정해 제한적으로 허용키로 했다.
가장 지원이 빈번한 '학술대회'의 경우 구체적인 지원대상과 규모까지 설정됐다.
지원대상은 치과의사회, 대한병원협회 또는 대한치과기재협회가 승인한 학회나 학술·연구기관 및 단체 등에 제한되고, 지원수단도 기부나 식·음료 및 기념품 제공, 부스 임대, 광고 등으로 제한된다.
특히 학술대회 등을 주관하는 주관자는 소요되는 총비용의 20%(2016년부터 30%)이상을 등록비나 회비 등 자체부담으로 충당해야 된다.
학술대회를 가장한 여행 등 향응성 금품제공 영업행위를 막기 위해 학술대회 내용, 방식 및 장소가 적정해야 되며, 의료인 등의 동반자에 대한 지원도 금지된다. 아울러 회계처리 과정에서 지원금액 등 구체적인 증빙자료도 확보·첨부토록 했다.
무분별한 강연료, 자문료 지원행위도 금지된다.
규정안은 강의 사실이 없는데도 강의한 것처럼 처리하거나 강연회에 참석한 의사 모두를 토론자로 선정해 수분 정도의 증례 발표에 대해 사례금을 지원하는 행위 등을 리베이트 행위로 금지시켰다.
또 협회차원의 사후신고제를 도입해서 강연료나 자문료 지급 시 20일 이내에 신고하도록 했고 골프여행 등 향응이 우려되는 숙박 제공 교육·훈련은 협회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했다.
업체에서 제공되는 견본품도 시연용과 평가용으로 구분해 시연용은 환자에게 사용이 금지되며, 평가용은 사용은 가능하지만 요금을 청구할 수 없도록 규정해서 의료인들이 견본품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는 행위를 방지하도록 했다.
협회는 소비자원, 치과협회, 치기공사협회 등 내·외부 인사로 구성된 규약심의위원회를 만들어 규정안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제약분야, 의료기기 분야에 이어 올해 임플란트 등 치과 기자재 분야까지 부당 리베이트 판단기준이 정립돼, 의료 전 분야에 공정경쟁규약이 마련됐다"면서 "향후 협회가 규약의 세부운용기준 마련할 때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서 반영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