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계좌, 소득신고 누락 등 현금거래 탈세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고액현금거래자료를 국세청에 포괄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국부를 해외로 불법 유출하는 역외탈세를 뿌리뽑기 위해 세법에서 소득세 등 각종 세금 부과여부를 판단하는 거주자 기준을 현행 '거소' 개념에서 '183일 체류' 기준으로 바꾸고, 해외법인 설립을 통한 과세회피를 원천봉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오윤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사진)는 2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2012년 국세행정 포럼에 참석,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최근 탈세의 실태와 효과적 대응방안'이라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오 교수는 그 동안 넓은 세원을 구현하고 공평과세를 실현하려는 국세행정의 노력으로 탈세 규모가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지만, 현금거래·자료상·역외탈세·부의 무상이전 등은 여전히 만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우리나라 경상 GDP는 1172조8000억원으로 1990년보다 6.28배 증가한데 비해 국세세입은 177조7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동안 6.63배 늘었다. 지난 20년 동안 과세기반이 확충되고 탈세 규모도 상대적으로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탈세의 온상인 지하경제 규모도 지난 1990년 GDP의 28.7%에서 2000년 23.7%, 2008년 17.1% 등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하지만 오 교수는 "GDP 대비로 본 탈세 규모는 지속적으로 감소돼 왔지만, 아직도 현금거래와 관련된 탈세는 여전하다"며 "자료상을 통한 부가세 부정매입세액 공제·환급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금거래 탈세의 경우 지난 2009년 5만원권 발행 이후 훨씬 대형화됐고, 부가세 신고시 매출거래와 매입거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허위세금계산서를 수수하는 행위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오 교수는 "국내 GDP와 관련되지 않은 국제거래를 이용한 탈세, 즉 역외탈세도 국가간 투자 및 자금 이동이 자유로워져 갈수록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며 "자본이 축적됨에 따라 차명재산 등을 이용한 부의 무상이전도 계속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국세청의 역외탈세 조사 실적은 156건, 9637억원으로 지난 2010년 95건, 5019억원에 비해 1년새 2배 가까이 급증했다.
국세청에서 파악하고 있는 차명계좌 규모도 예·적금, 주식, 부동산 등을 모두 합산해 3만1502건이며 그 금액만 4조7344억원에 달한다.
이에 오 교수는 탈세를 방지하기 위한 과세당국의 효과적인 대응 방안으로 세무조사 역량을 최대화 할 수 있도록 국세청 조직을 재편하고, 정부기관간 상호 협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현재 과세당국에 제공되지 않고 있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고액현금거래자료(CTR, Currency Transaction Report)를 국세청에서 포괄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세청이 탈세를 방지하고 규제하기 위해서는 현금거래 현황에 폭 넓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며 "금융정보분석원에 3000만건 이상 누적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액현금거래자료를 과세정보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차명계좌를 사용한 탈세를 근절하기 위해 "차명계좌 실소유자에게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며 "최소한 명의 차용자에 대해 부정과소신고가산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역외탈세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소득세법상 거주자 판단기준으로 '183일 체류' 기준을 도입하고, 해외법인 설립을 악용한 조세회피를 방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오 교수는 "국가간 사람 이동이 원활해지는 시대에서 국제적으로도 체류가 거주자를 판단하는 중요한 준거가 되고 있다"며 "1년 중 반인 183일을 체류하는 경우 국내 거주자로 보는 방식으로 소득세법상 거주자 개념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법인세법에 국내에 실절적 관리장소를 둔 법인을 내국법인으로 하는 조항이 도입됐만 조세회피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며 "모회사가 국외에 모회사를 지배하는 회사를 만들어 국내 과세를 회피하는 행위인 '법인도치'를 규제하는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