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카드 사용 늘리기 위한 포석?
재정부 "공제율 10% 하향조정, 결정된 바 없다"
올해 세법개정안에서 신용카드 공제율을 하향 조정할 것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정부가 적극 진화에 나섰다. 검토하고 있는 문제지만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기획재정부는 11일 내년부터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기존 20%에서 10%로 내리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구체적인 개정방안은 확정되지 않았고, 사실과 다르다"며 공식 해명했다.
정부가 여론의 반발을 우려해 일단 "확정된 내용은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쳤지만, 그렇다고 아예 신용카드 문제에 대해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는 최근 국가 경제 전체적인 문제로 떠오른 가계부채 문제와 직결된 부분이기 때문. 대체로 후불·할부거래 형태인 신용카드 소비형태는 사실상 빚을 내서 소비를 권하는 체계로 가계부채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심각성을 고려해 정부는 지난 10일 기획재정부 등 핵심 경제부처 장관들이 모인 서별관 회의에서 개선대책들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 신용카드 사용 줄이기 위한 복안?
신용카드 공제율 문제는 비단 신용카드 문제만이 아닌 체크카드(직불카드)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정부는 현재 신용카드 소비를 최대한 줄이는 대신 체크카드 소비를 늘리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체크카드가 기본적으로 통장 잔고에 있는 한도 내에서만 소비가 가능하고 할부거래가 되지 않기 때문에 본인의 수입 내에서 씀씀이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
이에 따라 카드 할부거래대금 체납에 따른 이자, 가산세 압박 등에서도 좀 더 자유로워 질 수 있다는 '복선'이 깔려 있다.
더 들여다보면 이 문제는 재정당국과 여권을 등에 업은 금융당국과의 마찰에서 발생된 일이기도 하다. 양쪽 모두 가계부채 해결책으로 체크카드를 대안으로 삼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그로 인해 발생되는 '세수효과' 때문에 이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해결을 위해 체크카드 공제율을 지금 수준(30%)보다 높여서 가계 소비패턴을 바꿀 수 있는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체크카드 소득공제율을 40% 정도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작 세금제도를 구상하는 재정부는 입장이 다르다.
체크카드를 신용카드보다 우대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 방식이 문제라는 것. 공제율을 높인다는 것은 곧 세수누락분이 커진다는 의미와 같기 때문에 사실상 금융당국의 의견을 그대로 수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분석.
그래서 꺼내든 카드가 이번에 언론보도를 통해 회자된 방식. 즉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현 수준보다 낮추는 방안이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체크카드 공제율을 높이는 부분은 세 부담 측면에서 적절치 않기 때때문에, 현행 공제율 체계 내에서 양 카드의 혜택 격차를 더 벌리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론은 '세수(稅收)'…세금 누락 없는 대책 강구
현행 세법상 신용카드 등(현금영수증, 체크카드 포함)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는 연간 300만원. 여기에 전통시장에서 사용한 카드 이용금액(공제율 30%·한도 100만원)과 신용카드로 낸 버스나 지하철 요금(공제율 30%·한도 100만원)을 더하면 공제한도는 최대 500만원까지 올라간다.
버스비 등 공공요금 소득공제는 올해 세법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내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납세자에게 유리하도록 소득공제 계산 과정에서 공제율이 낮은 부분을 우선 공제토록 설계되어 있다. 공제문턱까지 공제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신용카드 소비분을 우선 공제하는 구조다.
현재 신용카드 및 현금영수증 공제율은 20%, 체크카드는 30%로 각각 설정되어 있다.
공제율 혜택만 놓고보면 체크카드에 더 유리하도록 설계되어 있는 셈.
재정부는 이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굳이 체크카드 공제율을 높여서 혜택을 벌리는 것보다는 신용카드 공제율을 낮춰 양 카드의 혜택을 더 차별화 시키는 방안이 재정운용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재정부는 구체적인 수치가 결정됐다는 점에 대해선 부정하고 있다.
신용카드 공제율을 낮추겠다는 방향성 자체는 부인할 수 없지만 아직 세법개정 발표까지 시간이 남아있고 당정협의도 거쳐야 하는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섣불리 결정됐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여러 가지로 대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확정된 부분은 없다. 10%로 결정됐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협의 과정이 남아있고 좀 더 확인해봐야 할 부분도 있다"며 당장 결정된 부분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신용카드 공제율을 낮춘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일정 부분 '증세'효과를 나타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비판 여론을 극복하고 세법 개정을 추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