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주부 박혜령씨(52가명)는 오랜 시간 돌출된 귀 모양을 고민해온 고등학생 딸아이가 하도 조르는 탓에 어쩔 수 없이 성형외과로 향했다. 박씨는 딸아이의 귀가 약간 튀어나왔을 뿐 별 이상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딸아이보다 한 발 앞서 담당의사를 찾아가 딸아이가 수술을 안 할 수 있도록 잘 설득해 달라고 부탁까지 했다. 하지만 의사와 상담하면서 눈물까지 글썽이는 딸아이의 모습에 박씨는 그 동안 딸의 고통이 얼마나 컸었는지 비로소 알게 됐다.
우리 사회에서 귀 형태이상에 대한 인식은 아직도 낮은 편이다. 자식의 귀 기형 여부를 눈여겨보는 부모는 매우 적다. 하지만 의외로 ‘기형 귀’는 흔하게 볼 수 있다.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당나귀처럼 튀어나온 돌출귀, 귓불이 너무 없는 칼귀, 귀 둘레의 윗부분이 피부 밑에 파묻혀 있는 매몰귀, 귀 윗부분 양쪽 끝이 뾰족한 뾰족귀 등이 귀형태이상에 속한다.
연세대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 홍종원교수는 “귀 형태이상은 소이증 등 선천적인 경우와 잘못된 수면습관 등 후천적인 경우가 있다”며 “선천적이건 후천적이건 모두 외적으로 잘 보이기 때문에 외모에 민감한 시기인 청소년기에는 올바른 심리형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성인의 경우에도 사회생활이나 결혼 등에 지장을 받기도 한다”는 것이 홍교수의 지적이다.
현재 귀형태이상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수술이나 교정을 필요로 하는 귀형태이상 환자는 1~2%정도라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프로필병원 성형외과 정재호박사(전 아주대병원성형외과교수)는 “귀 성형을 위해 병원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30% 정도가 청소년일 정도로 이 시기 아이들에 있어 외모와 이미지를 좌우하는 귀 모양은 매우 민감한 문제”라며 “학업에 불편이 따르고, 친구들이 놀리는 것도 문제지만 형태이상의 귀를 가진 아이들의 경우 주로 스스로 위축되고, 자신감이 없어지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형태이상귀를 치료하는 발전된 성형술도 잇따라 선을 보이고 있다.
정박사에 따르면 과거 귀성형 시술법은 수술 후 연골변형에 따른 귀의 형태가 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영구적으로 변형이 되지 않는 시술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최근에는 미국FDA의 허가를 받은 메드포어라는 합성인조뼈와 자아연골 일부를 떼어내 귓바퀴를 만드는 방법과 특수제작된 D-knife (귀연골이 오차 없이 정확하게 복원할 수 있도록 하는 장비) 를 사용하여 복원해 주면 재발 없이 영구적으로 보기 좋은 귀를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귀 수술은 대부분의 경우 귀 부위에 국소마취만 하면 되고 절개부위도 크지 않아 후유증이나 흉터에 대한 부담이 적으며 수술시간도 1~2시간 정도면 충분해 학업에 열중해야 하는 청소년의 경우에도 큰 부담 없이 여름방학 중 수술이 가능하다.
실제로 정박사팀이 돌출귀등 귀기형환자 1천여건을 대상으로 시술한 결과 대부분 부작용과 재발없이 정상생활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시술법은 최근 열린 대한성형외과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 그 기술을 인정받은데 이어 올 가을 미국에서 열리는 미국성형외과 학술대회에서도 발표할 예정이다.
정박사는 “아이의 귀모양이 이상하다면 전문의와 상담을 해 제때 수술을 받는 것이 좋다”며 “귀에는 여러 신경이 몰려 있고, 혈종에 약하기 때문에 수술 경험이 많은 전문의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