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공전을 거듭하던 19대 국회가 개원됐다. 각종 정치적 현안들을 놓고 정쟁을 벌이느라 한 달 이상을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국회였다. 국회의원들에게 매달 지급되는 '세비'를 놓고 "뭐 하러 주냐"는 말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 것은 당연한 결과.
비록 국회가 뒤늦게나마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국회예산정책처는 국회 지원을 위해 한참 전부터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에 현재는 고객(?)인 국회의원들이 쏟아내는 각종 주문서를 맞을 준비가 이미 끝나 있는 상태다.
특히 대선을 코앞에 둔 19대 국회 초반, 최대의 화두는 경제민주화와 복지로 요약되고 있다. 방법론의 미세한 차이가 있겠지만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실현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보다 '재정건전성(나라살림)'의 확보다.
이에 따라 '나라살림 지킴이, 나라정책 길잡이'를 자처하는 국회예산정책처의 효율적인 국회 지원사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 19대 국회 개원, 국회예산정책처는 지금?
"후한서(後漢書)에 '국지폐흥(國之廢興)은 재어정사(在於政事)요, 정사득실(政事得失)은 유호보좌(由乎輔佐)'라는 말이 있다. 나라의 흥망은 정치에 달려있고, 정치의 성패는 보좌에 달려있다는 뜻이다. 국회는 우리나라 정치의 중심이다. 국회의 정치가 잘되기 위해서는 국회예산정책처 등 전문보좌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주영진 국회예산정책처장
19대 국회의 원활한 의정활동 지원을 위해 국회예산정책처는 현재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기존에 발간하던 각종 보고서 뿐만 아니라, 좀 더 세련되고 날이 선 양질의 보고서들을 발간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특히 예산편성의 기초가 되는 정부의 경제전망에는 정책목표가 스며있어 낙관적인 시각을 내포한 경향이 뚜렷한 것이 사실. 따라서 국회 자체적인 경제전망이 있어야만 정부의 세입·세출예산안의 올바른 심의가 가능하다.
현재 국회예산정책처는 경제성장, 물가, 금리 등 독자적인 거시경제지표 전망을 수행, 중장기적인 세입과 재정수지 추계가 가능, 효과적인 의정활동 지원 능력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더해 국회예산정책처는 다양한 재정관련 경제변수를 예측해 미시예산분야에서도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국회의 예산결산심의 활동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거시예산분야 심의활동 지원을 위해 ▲NABO(국회예산정책처) 장기재정 전망 ▲현년도 수정 경제전망 및 재정분석 ▲다음 연도 경제전망 및 재정분석 ▲전년도 세입 결산 분석 ▲다음 연도 세입 예산안 분석 ▲국가재정운용계획 분석 등의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아울러 ▲농수산식품분야 중장기 재정소요 분석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 평가 ▲우리나라 재정정책의 구조변화와 지속가능성 분석 ▲사회복지지출의 소득불평등도 완화효과 분석 등의 보고서 발간도 준비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회예산정책처는 국회가 개별 사업을 심의함에 있어 예산중복 및 낭비요소를 밝혀 예산 파이프가 누수되는 부분이 없도록 하는 한편 같은 예산으로도 높은 국민 편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미시예산분야 심의활동 지원을 목적으로 ▲전년도 결산 분석 ▲다음 연도 예산안 분석 ▲성인지 예산안·결산 분석 ▲공공기관 예산안·결산 분석 ▲성과보고서 평가 ▲성과계획서 평가 등 각종 사업평가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 "양치질 할 시간도 없다"
지난 18대 국회 당시, 국회예산정책처는 '재정법률 개선과제' 보고서를 3차례에 걸쳐 발간했다. 이 보고서의 주된 내용은 현행 국가재정법상의 문제점 및 개선안이었다. 결국 보고서에서 지적한 문제점(23개 법률에 44건)들이 개정되는 실적으로 나타났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앞으로도 예산절감 및 재정운용 효율성을 증진시킬 수 있는 각종 개선과제 발굴에도 힘을 쏟는다는 계획을 수립해 놓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눈길을 주고 있는 분야는 또 있다. 일반국민들 입장에서 쉽게 접하기도 어렵고 이해하기도 힘든 국가재정제도를 체계적으로 정리, 국회의원은 물론 일반국민들도 국가재정에 대해 쉽게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국회예산정책처는 ▲국가재정법 : 이해와 실제 ▲알기 쉬운 조세제도 ▲주요국의 예산제도 등 일반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국회예산정책처 관계자는 특히 '국가재정법 : 이해와 실제'와 관련해 "그동안의 예산결산·기금 및 재정운용에 대한 분석 및 평가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재정법의 규정을 법리적으로 해석하고 실제 운용되는 현황을 쉽게 설명해 국가재정법에 대한 실질적 이해를 돕고자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요즘 국회예산정책처 사람들 사이에서는 "양치질을 할 시간도 없이 바쁘다"는 볼멘 소리(?)가 흘러나올 정도다. 국가재정을 기반으로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그려내야 할 사람들이 떠 안아야 할, 애처로워 보이지만 무겁고도 중한 책무다.
기획취재팀 : 최종건 정치팀장, 유엄식·이희정·김기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