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6일 95차 라디오·인터넷 연설을 통해 런던올림픽에서 뛰고 있는 우리 선수들을 격려했다. 양궁·사격·펜싱·핸드볼·축구·수영 등 종목별로 선수들의 이름과 경기 내용을 일일이 언급하며 결과를 축하하고, 응원을 보냈다.
물론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대표해 국제 경기에 나선 선수들을 직접 격려하고 응원을 보내는 것은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고, 경기를 지켜보는 국민들에게도 자긍심을 더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터이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2주 전인 지난달 23일 94차 연설에서도 올림픽에 관한 내용으로 연설을 꽉 채운 바가 있다. 대통령 라디오 연설이 2주에 한번씩 발표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4주 동안 대통령은 오로지 올림픽에 대해서만 얘기한 셈이다.
4주간 대통령이 돌보아온 국정 현안과 국민들에게 소개해야할 새로운 정책은 한 두 가지가 아닐 터이다.
당장 낙동강에서 '녹차라떼'라는 신조어까지 나올 정도로 대규모 녹조 현상이 국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고, 폭염으로 50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가축들이 폐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경호를 맡은 적이 있다고 홍보해온 컨택터스라는 용역경비업체가 특수진압장비를 갖추고 SJM 노조를 폭력진압한 사건도 발생해 국민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내수경제활성화를 위해 경제부처와 민간이 함께 모여 끝장토론을 열고, DTI 규제완화책과 골프장 개별소비세 인하 등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한 것에 대해서도 대통령은 한 마디도 언급이 없었다.
올림픽 결과도 중요하지만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현안과 정책을 설명한다는 대통령 연설의 취지를 생각한다면, 대통령이 진정성을 갖고 좀 더 민생과 관련된 문제들을 언급하고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생기는 대목이다.
우리 대통령에게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대출금 상환 압력에 시달리고, 가계 부채에 허덕이고 있는 국민들에게 유럽발 경제 위기의 대처 방안과 현실적인 가계 부채 해결 방안을 제안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나 큰 기대일까.
"4대강 사업을 추진한 사람으로서, 녹조 현상에 대해서도 책임지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며, 국민들이 믿고 기다릴 수 있는 대응책을 내놓는 모습을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일까.
평소에도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은 여수엑스포·핵안보 정상회의 등 정부 추진 행사의 일방적인 홍보나 자화자찬 일색으로 채워져 국민들의 호응도가 상당히 저하된 상황이다.
라디오 연설은 이번 정권 들어 신설된 데다 대선을 앞두고 공정성 시비를 불러올 수 있어, 더욱 주의가 요구되고 있기도 하다. 때문에 KBS 새노조는 파업 중단 조건으로 대통령 라디오 연설 폐지를 주장하기도 했다.
임기가 끝나도 라디오 연설의 전문은 남는다. 기왕 시작한 라디오 연설이라면, 국민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연설 시간을 좀 더 소중하게 사용하는 것이 대통령의 '사이후이(死而後已)'를 증명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