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의 한 직원이 국내 청년실업을 외면하는 사측의 행태에 1인 시위로 항의를 하고 있다.
비용절감 이유로 고졸·대졸 신입공채 외면
창구 직원 감원…고액 MBA 출신 대거 영입
노조, 강력 반발…하영구 행장 고발도 추진
비용절감을 이유로 고졸·대졸 신입공채를 외면해 왔던 씨티은행이 고액의 연봉을 주고 MBA 출신을 대거 영입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더구나 올해 씨티은행은 비용절감을 이유로 올해 영업점 창구 텔러 30여명을 감원한 바 있어 비난의 화살이 쇄도하고 있다.
씨티은행은 지난 8월 1일 해외경영학석사(MBA) 출신 10명을 고액의 연봉을 주고 전문직으로 영입했다.
전문직이라는 것은 회계사, 변호사 등 전문 자격을 갖춘 사람을 의미하는데 씨티은행의 이번 전문직 채용은 해외에서 공부한 MBA 출신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어 구설에 오르고 있다.
특히 하영구 씨티은행장이 지난 6월 초 직원들에게 "올해는 신입직원 채용이 어렵다"고 공언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씨티은행 인사본부에서 지난 7월 2일 '정규직 신입직원 채용은 가급적 자제할 계획'이라는 내용의 하반기 인력운용 계획안을 사내 게시판에 올린 바 있어 이번 채용 배경에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최근 청년실업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며 시중은행들을 중심으로 고졸 채용을 확산시켜 나가는 분위기에서도 끝까지 씨티그룹의 경영난과 비용절감을 이유로 신입공채를 외면해 왔던 곳이 바로 씨티은행.
하지만 씨티은행의 채용 잣대는 다른데 있었다. 국내 고졸·대졸 인재들을 외면하던 씨티은행이 해외파 출신에 적극 취업 문호를 개방하며 눈총을 사고 있는 것.
씨티은행 노조에 따르면 올해 채용된 책임자급 10명이 전원 미국 및 영국 MBA 출신이고, 행원 12명도 대부분 뉴욕대나 시카고대 등 해외대학 출신이다. 또 이들은 전원 본점에서 근무하고 있다.
대고객 접점에 있는 영업점 인력은 감소하는 가운데 본점에 해외 대학이나 MBA 출신들을 적극 배치하고 있는 것이다.
씨티은행 노동조합은 "과거에도 MBA 채용이 있었으나 모두 정규직이었으며, 이번처럼 엄청난 급여를 주며 과거와 동일한 업무에 대해 전문직으로 채용한 적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노사합의서상에 정규직, 전문직 간의 업무영역을 엄연히 구분하고 있는데 이를 무시하며 채용을 강행하는 것은 명백한 노사합의 위반"이라고 강변했다.
금융권 채용 담당자들에 따르면 MBA 출신들을 전문직으로 채용시 연봉이 최소 1억원 이상으로 책정되고 연봉 계약서에 사인하는 대가로만 수천만원이 주어진다.
금융권 전체에 걸쳐 고졸공채의 신선한 바람이 불고 있지만 씨티은행만이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 노조측의 주장이다.
실제로 씨티은행은 최근 몇 년간 고졸공채는 단 한 명도 없었으며 향후 몇년간 채용 계획에도 고졸 채용은 잡혀 있지 않다.
노조 측 관계자는 "MBA 출신 10명을 채용하는 인건비면 부족한 계약직 창구텔러들을 모두 채용할 수 있고, 당장 인력이 부족한 영업점에 배치하여 고객들의 불편을 최소화 할 수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노조에 따르면 최근 실시한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창구인력 부족에 의한 대기시간 지연'이 전체 불만족의 60%에 달했으며, 이러한 문제점은 지난 7월 하영구 은행장에게 전달됐다.
현재 노조는 노사합의 위반, MBA 책임자 채용 최소화, 국내 고졸/대졸 신입행원 채용, 부족한 영업점 창구텔러 충원 등을 요구하면서 23일 오후부터 본사 앞에서 집행부 1인 시위에 돌입한 상황.
노조에서는 향후 국회 및 금감원 등으로 1인 시위 장소를 이동하고, 노사합의 위반으로 하영구 은행장을 고발 조치할 예정이어서 당분간 갈등의 골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