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주택보급률·인구증가 둔화 등에 건설업 타격 입어
점진적 구조조정 지원 필요…업체 경쟁력도 제고해야
한국은행이 최근 국내 건설업의 부진을 구조적 성숙단계에 접어들면서 나타난 예견된 수순으로 진단하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구조조정과 사업전환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놨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내 건설업의 구조적 발전단계에 대한 평가 및 시사점'(최인방 조사국 산업분석팀 과장, 박창현 산업분석팀 과장)이라는 제하의 'BOK 이슈노트'에 따르면 최근 국내 건설업의 부진은 높은 주택보급률, 인구증가 둔화, 건설업체수 증가 등에 따른 귀결로 분석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주택보급률은 지난 2008년 100%를 넘어 2011년 현재에는 102.3% 수준에 육박했고, SOC의 대표적 지표인 도로연장 증가율도 최근 크게 둔화돼 도로포장률의 경우 2000년대 이후 80% 내외 수준에서 정체돼 있다.
또 2000년대 중반 이후 1.5~2.0% 수준에 머물고 있는 가구증가율이 2020년 무렵이면 1.2% 내외로 하락할 전망인 가운데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도 인구의 전반적인 소득창출 능력 저하로 이어지면서 신규주택 건설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건설수주액이 명목기준 2007년 246조원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2010년 226조원으로 축소됐고, 금융위기 이후에 반등의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건설업체수의 증가도 업체별 수익성에 빨간불을 켜게 했다.
지난 2000년 6만7000개에 불과하던 건설업체수가 전문건설업체를 중심으로 2010년 현재 9만7000개로 45% 가까이 증가한 반면 건설업체당 부가가치액은 2000년대 초반 이후 5억5000만원~7억원 범위에서 정체된 상황.
이는 같은 기간중 제조업 사업체수가 33만개 내외에서 큰 변동을 보이지 않은 가운데 업체당 부가가치액은 5억원 내외에서 10억원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까지 2배 정도 증가한 점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건설업 취업자수는 건설업체수 증가와 달리 2000년대 중반 이후 정체 또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특이하다. 건설업이 고용유발 효과가 있다고 정설을 뒤집은 것이다.
우리나라의 건설업 침체는 주요 선진국와 비교해 볼 때 유사한 패턴이 보이고 있다.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중위 규모의 국토와 인구를 가진 선진국의 경우 GDP 대비 건설업의 비중이 1970년대 초반까지는 대체로 상승세를 보이다가 이후 점차 비중이 축소되는 역U자형 곡선을 따르는 경향을 보였다.
우리나라도 독일, 프랑스, 일본과 마찬가지로 불변가격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이 1만5000~2만 달러 범위에 도달한 시기를 기점으로 건설업 비중이 낮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인방 과장 등은 ‘BOK 이슈노트’에서 "최근 건설업 부진은 경기적 요인에 따른 일시적이고 단기적인 측면에도 기인하지만 건설업 발전이 구조적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들은 "건설업 부진에 대한 정책대응은 무엇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질서있고 점진적인 구조조정과 사업전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다만 건설업의 내수 및 고용 파급효과, 새로운 건설수요 등을 고려할 때 견실한 건설기업의 일시적 자금난 타개 등을 위한 정책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더불어 이들은 "중장기적으로 건설업의 경쟁력 제고와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는 건설업체 스스로 해외시장 진출 확대 및 지역적 시장다변화, 고객맞춤형 영업강화 등을 통해 국내외 시장에서 균형잡힌 성장과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