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이 넘게 세무사업계를 달구어온 전산감리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한 전국 102개 지역세무사회장단 간담회가 지난 29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세무사회관에서 열렸다.
지난달 서울의 23개 지역세무사회장들이 연명으로 건의서를 낸데 이어 한 달만에 '월례회'를 가지며 강도 높은 압박을 가하는 등 회원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자 위기를 느낀 세무사회 집행부가 만든 자리.
이날 간담회는 세무사들이 만든 거래업체(기업)의 세무조정계산서가 적정한지를 세무사회가 검증하는 절차인 감리문제를 다루는 사안의 중요성 만큼이나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에서 100여명의 지역회장들이 모인 가운데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열띤 공방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 간담회는 감리문제의 중요성 만큼이나 세무사들과 기업들에게는 초미의 관심사였지만 외부에는 공개되지 않았다. 국세청도 모르게, 국민들도 모르게 세무사회 집행부와 지역세무사회장들만 참석한 가운데 비밀스럽게 진행됐다.
조세일보는 행사후 참석했던 지역회장들로부터 간담회의 일부 내용을 취재할 수 있었다.
이날 간담회에서 감리자료 제출문제와 관련 첫 포문을 연 지역회장은 1번지 지역회인 황선의 종로지역세무사회장이었다.
황 회장은 "(감리자료 제출문제는) 이미 서울지역회회장단이 제출한 건의문과 회원들의 게시판 의견을 통해 충분히 전달되었지만, 전자제출과 우편제출을 병행해 회원들의 불편을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제출자료 또한 종전처럼 재무제표와 세무조정계산서만 제출하도록 하고, 회계데이터의 제출은 제외시켜야 할 것이고, 개인정보보호법상 제출된 자료는 감리가 마무리되면 즉시 폐기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황 회장은 '특정프로그램회사(더존)의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아 전산제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집행부의 이야기와 관련 자신이 파악한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강한 아쉬움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황 회장의 발언은 지난달 서울의 23개 지역세무사회장들이 건의한 내용이나, 세무사회 게시판을 통해 회원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내용과 달라지지 않은 똑같은 내용이었다.
결국 동일한 내용의 건의와 요구를 장소와 시간을 바꿔가면서 되풀이 해오고 있는 것.
결국 전국 최대의 지역회인 박연종 역삼지역세무사회장은 "감리자료 제출문제와 관련한 건의문을 지난달 25일 서울지방세무사회를 경유해 본회에 접수했는데, 1개월이 지나도록 가타부타 답변이 없다. 본회에서 하는 업무가 답답할 때가 많다. 회원들의 불편은 아량곳 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결정하고 지시만 하는 식의 발상은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한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또 다른 지역회장은 "세무조정감리는 재무제표에서 출발해 세무조정이 잘 되었는지를 감리하는 것인데 국세청에서 하는 세무조사도 아닌 세무사회의 감리에 회계데이터까지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개진하며, "우편과 전자적 방법 중 회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보탰다.
이어 명의대여를 색출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전수감리를 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왔으나, 국세청도 전수조사를 하지 않는데 세무사회는 회원을 믿지 못해 전수감리 운운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반론을 이겨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간담회는 1시간 가량 이어졌으나 이처럼 지역회장들의 여러 의견을 듣기만 하는 '결론 없는 간담회'로 마무리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간담회가 끝난후 한 지역회장은 "아무런 결론도 없이 끝났다. 그동안 논란이 되어온 문제들을 재탕 삼탕 들추는 수준에 머물렀다"면서 "이 정도의 간담회를 위해 전국의 지역회장들을 모이게 해 교통비와 식사, 선물비를 낭비하는지 모르겠다"고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한 지역회장은 정구정 회장이 "지역회장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것이며, 감리자료 제출 등 모든 문제를 회원들의 불편이 없도록 풀어나가겠다"고 밝힌 것은 그나마 '수확'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후 정 회장은 조세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간담회에서 개진된 전산감리와 관련한 지역회장들의 건의와 의견은 정리가 되는대로 다가오는 이사회에서 논의한 후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행사에 참석했던 한 지역회장은 "당초 전산감리프로그램개발 계약을 회원들이 5%도 사용하지 않는 특정회사에 맡긴 결과 감리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서 문제가 불거졌다는 점도 상기해야 하는 데 죄없는 다른회사 탓만 한다"며 또 다른 문제를 던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