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갚지 못해 정부에 신용회복을 신청한 3명 중 1명은 심사에서 탈락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신용회복 절차를 밟고 있는 저소득계층은 과도한 채무 변제 탓에 결국 빚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4일 최재천 민주통합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신용회복 신청자 100만2414명 중 29만935명(29%)은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신용회복지원제도는 채무자의 원금과 이자 중 일부를 탕감하거나 장기간 나눠 분할상환을 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최 의원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신용회복 신청자는 2003년 2만2557명에서 2005년 23만3862명으로 급증했다가, 2006년(9만942명) 이후 전반적인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4만6916명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탈락률은 2003년 2.6%에서 2008년 30.6%까지 상승한 뒤, 2009년 이후 29%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탈락률이 높은 것은 현행 신용회복지원제도가 채무자에게 과도한 변제를 요구하고 있는 탓으로 최 의원 측은 분석했다.
신용회복 중인 채무자의 상환 현황을 살펴보면, 월 소득 150만원 이하의 저소득계층 중 절반 이상(2만1996명)이 매달 50만원 이상을 채무 변제에 쓰고 있었다. 이는 서민들이 신용회복의 '벽'을 더 높고 가혹하게 느끼는 이유다.
월 소득보다 상환액이 더 많은 경우도 일부 있었다.
특히,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따라 정부 재정을 지원받는 수급자 중 1만3145명(72.8%)은 평균 52개월 동안 매달 5만원 이상을 갚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매달 20만원 이상을 상환하는 수급자는 3084명(17.08%)에 달했다.
최 의원은 "정부가 지원한 생계비의 상당 부분을 채무 변제에 충당하게 하는 것을 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