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연구용역을 통해 사실상 폐지에 가까운 출자총액규제 완화론을 제기했던 재정경제부가 이번에는 대외용 소식지인 '재경부 브리핑'을 통해 이 제도의 문제점을 또다시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재경부는 24일 '재경부 브리핑(www.mofe.go.kr/briefing)' 16호에 문답 형식으로 게재된 '출자총액제한제도, 함께 생각해 봅시다' 를 통해 "출자 규제는 여러 재벌 개혁 수단의 하나에 불과한 것이나 효과가 과대 홍보된 감이 있으며 소수 지분의 다수 계열사 지배를 해결할 가장 합당한 수단도 아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재경부는 "출자총액규제의 가공 자본 방지 목적은 외환 위기 후 타당성이 상당부분 감소했으며 조직 형태의 결정 등 기업의 의사 결정이 왜곡받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경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은행의 대출 심사가 경제성 판단에 의해 엄격히 실시되고 결합 재무제표의 작성이 의무화돼 인위적 재무구조 개선을 시장에서 자율 감독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고 계열사간 거래가 상계돼 계열사간 출자를 통한 자본 확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출자 규제 무용론까지 제기했다.
재경부는 특히 출자 규제의 효과에 대해 "해열제만 써도 되는데 종합 감기약을 강제 처방하는 격"이라고 비유하고 출자 규제 강화 움직임에 대해 "작년에 이뤄진 제도 개편의 효과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어떤 제도 개편도 기업 활동 혼란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현행 제도 유지 필요성을 강력히 제기했다.
재경부는 재벌들이 신기술 투자로 출자 규제를 벗어난 경우가 단 한 건도 없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발표에 대해서도 "신기술 출자가 없는 것은 법령 요건이 너무 까다롭기 때문"이라며 "출자 규제에 예외가 많은 것은 사전적 규제의 획일성에서 비롯된 필연적 귀결이며 이런 가능성은 앞으로도 더 커질 수 있다"고 반박했다.
재경부는 지난주 출자총액규제의 대폭 완화 주장을 담은 서울대 기업경쟁력연구센터의 연구용역이 공개되자 "재경부의 공식 견해가 아니다"고 한 발 물러섰으나 불과 며칠만에 '재경부 브리핑'을 통해 훨씬 강도 높은 비판에 나섬으로써 출자총액규제 개편을 둘러싸고 공정거래위원회와의 한 판 `대회전'을 예고한 셈이다.
재경부 고위 관계자는 "출자총액규제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기는 어려우며 사실상 '현행 유지'쪽으로 결론이 내려진 상태"라고 전제하고 "제도에 대해 지나친 환상을 갖는 것을 막기 위해 이 같은 자료를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