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시중을 떠도는 `단기 수신자금'이 600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4분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시중은행 정기예금도 1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16일 한국은행과 주요 시중은행에 따르면 올해 7월 현재 현금통화와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머니마켓펀드(MMF), 양도성예금증서(CD),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환매조건부채권(RP)(이상 평잔 기준)과 6개월 미만 정기예금(말잔 기준) 등 7개 분야에 몰린 자금은 633조5천500억원이다.
6월 632조2천200억원보다는 약 1조3천300억원(0.21%), 지난해 7월 617조8천100억원보다 15조7천400억원(2.5%) 늘어난 액수다.
시중의 단기 수신자금은 2009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500조원대에 머물렀지만 그리스가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등 유럽 재정위기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2010년 중반에는 649조원 선까지 치솟았다.
이후 감소세로 돌아선 단기 수신자금은 국내 부동산경기와 주식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올해 상반기 내내 630조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4분기에 만기도래할 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 등 주요 시중은행 정기예금 규모는 95조9천400억원에 달한다.
내년 1분기에 만기가 돌아올 정기예금도 87조5천200억원가량이다.
이처럼 단기 자금이 넘쳐나는 것은 국내외 경기 전망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유럽과 미국, 중국 등 세계 각국의 재정위기로 세계 금융시장이 얼어붙었고,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도 경기 둔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갖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주택가격과 거래량 모두 시장의 바람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주식시장도 유럽과 미국발 소식에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대내외 경기불안이 겹친 상황에서 쉽게 장기투자에 나설 수 없는 기업과 가계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수시입출식 예금이나 MMF에 자금을 묻어둘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상황이니 장기로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다. 더는 경기가 하강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으면 회복되겠지만 당분간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