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銀, 고졸채용 203%↑…씨티銀, 2명 채용 불과
은행권 "할만큼 했다"vs금융당국 "조금만 더"
최근 청년실업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9개 시중은행의 고졸직원 채용이 지난해에 비해 20% 이상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은행별로 고졸채용 인원은 천차만별이어서 향후 금융권의 고졸채용 상황을 점검키로 한 금융감독당국과 마찰이 불가피해 보인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우리·신한·하나·외환·농협·기업·SC·씨티 등 9개 시중은행에서 올해 계획한 고졸채용 인원 824명 중 9월말 현재 728명을 뽑아 88.3%의 목표달성률을 보였다.
9개 시중은행의 지난해 고졸채용 인원은 670명이었으며, 올해 목표한 인원을 모두 채울 경우 전년대비 23%가 늘어난다.
은행별 현황을 보면 농협은행이 지난해 33명을 채용했던 것을 올해에는 이달말 추가채용까지 포함해 총 100명으로 확대돼 전년대비 203%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농협의 고졸채용은 상업계 특성화고는 물론 농업 및 공업계 졸업생에게도 문호를 개방한 것이 특징이다.
인원면에서는 우리은행이 전년도 85명에서 올해 200명(135.3%↑)으로 대폭 늘리며 은행권 최고의 고졸채용을 기록했다. 우리은행은 매년 200명 전후 수준에서 고졸채용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기업은행도 지난해 67명에서 110명으로 늘리며 64.2%의 증가율을 보였다. 기업은행은 여타 은행과는 달리 상반기에 미리 뽑아서 지점 배치 전에 예비금융인으로 육성하는 등 색다란 행보로 주목을 받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20명 채용에서 올해 140명으로 전년대비 16.6% 늘며 체면치레를 했다.
하지만 올해 채용하는 140명이라는 규모는 외국계 SC은행이 지난해 626명을 채용하며 94명을 고졸출신으로 뽑은 것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평가다. 참고로 지난해 신한은행의신입채용 인원은 1800여명에 달했다.
국민은행은 9개 시중은행 중에 전년대비 고졸채용 증가율이 150%로 농협 다음으로 높지만 인원수를 보면, 지난해 8명에서 20명으로 늘어난데 불과하다. 은행 규모를 고려했을 때 채용규모가 빈약하다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처럼 전년도에 비해 고졸채용을 늘린 은행이 대다수이지만 오히려 채용규모를 줄인 곳도 있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전년도 94명에서 올해 70명(25.5%↓)으로 채용규모가 줄었다. 하지만 여타 은행들과 비교하면 전체 채용규모에서 차지하는 고졸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하나금융지주에 속해 있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모두 전년도에 비해 고졸채용 규모가 절반 이상 줄었다.
하나은행은 전년도에 230명을 채용하며 은행권 최고의 규모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133명(채용계획 포함)으로 줄었으며, 9월 현재 87명을 채용한 상태다.
이는 전년도에 대비해 현재 채용기준으로는 62.2%가 하락하고, 채용계획기준으로는 42.2%가 추락한 것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처럼 고졸채용이 급감한 이유에 대해 "전년도에 은행권 최고 수준의 고졸채용을 기록한 바 있다"며 "전체적인 인원수급 차원에서 올해는 채용규모를 조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외환은행도 지난해 32명을 채용했으나 올해 9월 현재 9명을 고졸사원으로 채용해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외환은행은 이달중으로 고졸사원 40명을 채용할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채용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53% 증가한 49명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여타 은행들과 달리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고졸채용을 거의 하지 않고 있어 주목된다.
씨티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명, 올해 2명의 고졸사원을 채용했다. 사실 고졸채용이라고 이름을 붙이기에도 겸연쩍은 수치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경영상 이유로 올해 전체 신입공채가 중단된 상태이며, 특별히 고졸채용에 차별은 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시중은행들은 올해 계획한 고졸채용 규모를 '최선의 선택'으로 보고 있다.
올해 은행권 전체 당기순이익이 큰 폭으로 줄어들며 경영에 부담이 되고 있는 만큼 채용규모 또한 줄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당국의 고졸채용 확대 요구가 부담스럽다는 것.
실제 금융감독원과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9조원 안팎로 전망되며, 이는 지난해 순이익 11조8000억원에 비교하면 약 24%가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금융감독당국은 가계부채 등 해결을 위해서도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특히 고졸채용 등에 있어 은행권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14일 추경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은행연합회, 금투협회 등 5개 금융협회, 4개 국책금융기관 및 시중·지방은행의 간사은행과 간담회를 갖고, 당초 금융권이 발표한 고졸채용계획을 차질없이 추진할 것을 당부한 바 있다.
특히 추 부위원장은 금융권에 일회성·홍보성 계획에 그치지 않게 '진정성'을 갖고 고졸채용에 적극적으로 임해 줄 것과 함께 고졸채용 규모를 당초 계획대로 확대해 달라고 주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