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원 이하만?…새 국면 맞은 양도세·취득세 감면

野 "새로운 부자감세" VS 정부 "파급효과 고려해야"

정부가 지난 10일 발표했던 주택 양도세, 취득세 감면법안이 당초 예상과 달리 국회 심의과정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급한 불이라도 끄기 위해 한시적으로 모든 미분양주택에 대해 세금감면 혜택을 줄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야권은 이번 법안을 '부자감세'라며 9억원 이하 주택으로 적용대상을 축소해야 한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20일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권 의원들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부동산 세금 감면대책과 관련해 한바탕 '설전'을 벌였다.

야권 의원들은 모든 미분양주택에 대한 양도세·취득세 감면은 또 다른 '부자감세'라며 공세에 나섰고, 박재완 장관은 일부 고소득층에 감세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서민층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고려해 원안대로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무소속 박원석 의원은 "사실상 모든 미분양주택에 혜택이 돌아간다는 측면에서 이번 대책을 통해 고액 자산가와 임대사업자를 제외한 일반 서민층 실수요자에게 돌아갈 혜택은 얼마나 되는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박 장관은 "꼭 실수요자가 아니더라도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집을 산 뒤에 임대로 전환하면 전월세 난도 덜 수 있다"며 "임대사업자가 정확하게 소득을 신고하고 과세하게 되면 그 자체를 굳이 비난할 필요는 없다"고 답변했다.

민주통합당 홍종학 의원은 "이번 대책이 실제로 어떤 계층에 효과가 돌아가는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면서 "미분양주택 물량이 많은 건설사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보이는데 이게 세법 원칙에 맞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홍 의원의 문제제기에 대해 박 장관은 "(이번 대책은) 굳이 효과를 나눠보자면 1차적으로 고소득층에 혜택이 가는 쪽으로 분류하게 되겠지만, 이로 인해 실질적으로 임대주택이 더 많이 공급되면 그 파급효과는 집 없는 서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답변했다.

세금감면 대책의 실제적인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정부는 주택시장을 살리기 위해 양도세, 취득세 감면을 긴급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했지만 실제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이나 경제주체들은 현재 부동산 침체가 장기·구조적인 성격으로 세금 감면만으로 거래가 일어날지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박 장관은 "그런 시각에 동의한다"면서 "다만 이번 조치가 주택거래 심리를 회복시키는데 도움이 되고 적어도 침체는 막아보자는 의미에서 최소한의 '마중물' 역할을 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봤다"며 사실상 이번 대책의 한계성을 시인하기도 했다.

이번 양도세, 취득세 인하대책은 실제 시행되더라도 연말까지만 추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은 세금 감면시기를 내년 6월말이나 연말까지 연장하는 방안과 관련된 견해를 묻는 새누리당 류성걸 의원의 질의에 "과거 6개월~1년 정도 세금을 감면하면 마지막 2개월에 효과가 집중된 점을 고려해 일단 올해 12월까지로 정했다"고 답변했다.

이어 "세금감면 기간이 늘어나면 지자체 세수일실이 커져 재정에 부정적인 효과가 있다"며 사실상 올해까지로 감면 혜택을 한정해야 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대한 쓴소리도 이어졌다.

민주당 기재위 간사인 김현미 의원은 "실제로 9월10일 정부 대책발표 15분 전에 통보를 받았다"며 "정부가 이런 식으로 대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당혹스럽고 한편으로 불쾌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야당은 모든 주택에 대해 세금을 감면하는 것은 반대다. 시가기준으로 할지, 국민주택기준으로 할지에 대해서는 세법소위에서 좀 더 세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박 장관은 "양도세와 취득세 감면기준이 현재 9억원으로 정해져있는 만큼, 추후 소위에서 논의하더라도 국민주택 기준을 따로 넣지 않고 9억원 이하로 일원화 시키는 게 좋다고 본다"며 주택 크기에 따라 혜택을 나누는 것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박 장관은 "이번 대책으로 집 없는 사람이 새로 집을 살 가능성이 낮다"는 민주당 이인영 의원의 지적에 대해선 "국민주택 규모 이하 주택도 미분양주택의 절반 가까이 되므로 무주택자들이 집 사는 데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한편 이번 양도세 등 세금 감면대책과 관련된 구체적인 합의안은 내일 오전 열릴 예정인 조세소위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관계자는 "이번 법안과 관련해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없다"며 "21일 오전 조세소위에서 이 문제에 관련해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여야는 21일 조세소위에서 구체적인 감면내용에 대해 합의한 뒤, 오는 24일 예정된 재정위 전체회의에서 법사위로 넘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다만 여전히 변수는 남아있다.

만약 조세소위에서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해 법안 자체가 계류될 경우, 오는 27일 예정된 본 회의에 법안을 상정시키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사실상 이번 대책의 추진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

야권은 상당히 강도 높은 검증을 예고하고 있다. 김현미 의원은 "다급한 일이지만 일을 이렇게 처리해선 안 된다"며 "야당은 박재완 장관의 박수부대가 아니다. 조세소위에서 좀 더 세밀한 토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